조상국 사무관 |
물론 상당량의 공급이 11월까지로 지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백신균주를 수입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해외 원료공급 회사의 백신 개발이 평소보다 2달 정도 늦었다. 이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늦어진 것이지 단순히 제약회사와의 가격조정 문제로 계약이 늦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독감백신이 남아서 버린다는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다. 조달청은 올해 중 501만명분을 공급했으며 11월 30일 현재 493만명 분이 소진되어 98%가 접종한 상태다. 남아 있는 백신은 하루치 접종량밖에는 안 된다. 그런데 백신구매 담당자로서 걱정되는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모자란다’, ‘남아서 버렸다’의 사실 규명 자체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독감백신은 1700만명 분, 이 중 국내 제조가 1500만명 분이다. 일견 대부분의 물량을 국내에서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매우 우울하다.
국내 제조사는 백신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균주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수입량과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가 없는 게 국제적 현실이다. 비단 독감백신뿐만 아니라 일본뇌염, B형간염 등 소수의 백신을 제외하고는 균주를 벌크상태로 수입하여 국내에 제조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미국에서도 독감백신 파동이 일어났다. 미국은 주로 캐나다와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을 수입하여 사용하였으나, 영국공장에서 공급하기로 한 물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균주의 자국생산이 안되면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염성은 마지막 한 사람의 환자가 완치되어야만 끝이 나는 무서운 병이다. 그리고 병균은 점점 국제무기화 되어가고 있다. ‘빈자(貧者)의 핵무기’라고 하여 9?1 테러발생 후 미국은 자국민 보호가 우선임을 앞세워 주요 백신 균주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백신 균주 개발을 생존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라도 민간 제약회사에 균주를 개발 보관하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안보 차원에서 균주를 보관 관리해야 할 것이다. 독감백신 ‘독립 선언’을 해야 할 때다.
조달청을 통한 일괄공급 방식이든, 보건소별 자체 구매방식이든, 원료의 국내 생산없이는 백신수급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은 항상 존재한다. 전세계적으로 백신을 생화학무기로 인식하여 국외 수출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빨리 인식하고 백신의 자국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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