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10년도 채우지 못한 소비자의 날 기념일 뒤에는 현재의 소비자 위치를 만들기 위해 20여년 세월동안 외길을 지켜왔던 대전주부교실 이숙자(49) 사무국장이 있었다.
소비자 운동의 불모지 대전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30대 젊은 나이부터 묵묵히 20년 봉사를 해왔던 이국장의 인상은 ‘보람된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소비자 보호법률’ 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했던 시간들은 대전지역 소비자 운동의 역사이자, 계보가 되고 있다.
이국장이 말하는 대전지역의 진정한 소비자 운동의 방향을 들어본다.
-언제부터 소비자 운동을 시작했으며,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1984년까지 고등학교에서 생물 과목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소비자 운동을 통한 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소개로 소비자 운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 문제를 함께 논의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가장 큰 후원자는 남편이다. 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많은 매력을 느꼈다.
-20년 넘게 소비자 운동에 종사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 운동과 현재의 소비자 운동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 보호 법률이나 규정이 전혀 없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을 소비자 단체가 중간에서 조율하는 단계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적극적인 의미의 소비자운동 보다는 소비자 문제 하나하나 해결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이 스스로 권익 보호를 위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소비자운동에 종사하는 시민 단체도 늘어나면서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 법률 규정도 제정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소비자 보호 피해보상 규정을 비롯한 약관규제, 통신법, 방문판매법 등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권익 옹호가 가능해졌다. 지방 정부도 최근 소비자 보호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했고, 대전 주부교실이 직접 관여해 초기 단계부터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정에 선일이 있었다. 냉장고의 병 꽂이에 탄산음료 병이 떨어져 깨지면서 파편으로 실명위기에 놓인 소비자가 있었다.
깨질 우려가 있는 위험한 재질로 만들었고, 누구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업체 측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
대기업 S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준비와 소송 끝에 승소했다. S전자 소송 건은 지금도 제조물 책임법 냉장고 분야의 효시가 되고 있다.
대전 주부교실이 세탁물 심의에 대한 위상이 높다. 과거 세탁물 사고가 빈번했지만, 세탁업자와 소비자간 분쟁을 조정해줄만한 전문 심의기구가 없었다.
한국 원사 직물 시험 연구원에 사건을 의뢰하고 자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 오다 90년 자체적 세탁물 심의기구를 만들자는 판단아래 전국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심의기구를 만들었다. 15년여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탁심의기구는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얼마전에는 휴대폰 이용률 급증과 함께 이동통신사별로 통화품질을 조사해 발표한 일이 있었다. 통신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문제인 만큼 대리점과 통신사 측에서 신변의 위협을 가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무임승차자’가 많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시민사회 단체 참여를 통한 발전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단체에게 존재의 가치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많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개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할때는 속상하기도 하다.
-지역 소비자 운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지역소비자 운동이 강화 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소비자 문제의 많은 부분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 적지않다. 하지만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이양된 권한이 적어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 전문성 부족과 수행 의지 부족 등으로 지방 소비자 행정은 취약하다.
그나마 지방 소비자보호를 위해 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한 지방 소비생활센터를 설치, 현재 운영중이다. 그러나 주요 업무 내용이 지방 소비자단체와 차별화 되지 않았을 뿐아니라 활동 또한 적어 소비자 권익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 소비자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정부, 지역 소비자단체, 소비자 모두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제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의 단체에 동참해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시스템 구축에 한몫 해야 한다.
-선진국의 소비자 운동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소비자 운동이 개선해야 할 방향은?
▲지방 소비자 교육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좀 더 나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의식 변화 등 3가지 여건 마련이 시급한데 지역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 구축이 없는 상태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 교육 지원센터를 통해 소비자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교육을 시킨다. 어릴때 부터 소비자 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 소비자 교육이 하나의 특강에 그치는 등 1회성 성격이 강한데 일본은 교육 현장에서 소비자 운동을 보여준다. 소비자 교육을 위한 투자는 기업체가 담당한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소비자단체와 소비자들을 위해 교육비용을 전담하는 것이다.
-앞으로 대전의 소비자 운동은 어떻게 변화돼야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그동안 지역의 소비자단체가 소비자를 대변하고, 소비자의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소비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거듭해 온 것처럼 지방정부로의 소비자 사무이양, 지방소비생활센터 개소, NGO의 소비자 업무 영역 확대 등으로 지역 소비자단체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어 활동 전반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우선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활동의 다양화, 전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선택, 충분한 소비자역할 수행, 소비자 책임 실천 유도를 위한 지방 정부와의 협력체계 구축에도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갑순 기자
약력
▲1978년 공주사범대학 졸업 ▲1978~1983년 호수돈 여자고교 교사 역임 ▲1984~1992년 대전주부교실 소비자고발센터 간사 ▲1993년~현재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현) 대전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대전지방공정거래위 자문위원, 대전시 수질평가위원회 위원 ▲1998년 제3회 소비자보호의날 기념 표창(대통령 표창) ▲2000년 공정거래 위원장 표창(공정거래 질서 확립) ▲2002년 제9회 경제 대상▲2003년 대전시 교육감상 (학교 교육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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