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팔 대훈서적 대표 |
▲1941년 2월 8일 대전 출생 ▲1960년 동본서림 개업 ▲1980년 대전서점연합회 조합장 ▲1986년 충남서적판매협동조합 이사장 ▲1988년 (현) 도서출판 대훈사 대표이사장 ▲1990년 전국서점연합회 부회장 ▲1990년 (현)대훈문고 설립 ▲1994년~1998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2002년 (현) 문학계간지 ‘통일문학’창간, 발행인.
-구도심의 상권에서 중앙점 경영이 어렵지 않겠는가.
▲물론 어렵다. 일반적으로 서점의 손익 분기점을 2년이라고 본다. 그러니 지금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번 중앙점 서점을 개점하면서 건물주와 5년 장기 임대 계약을 했다. 5년후 물가지수 변동내에서 임대료를 재협상하기로 해 잠정적으로 10년 계약을 한 셈이다.
적어도 5년간은 버텨볼 생각이다.
중앙점은 서점의 격을 높이겠다는 것이 주 계획이었다. 문화 공간은 지역의 문화수준을 연계한다고 본다. 결국 시민들도 이곳을 사랑하지 않겠느냐.
-대훈서적의 전반적인 경영수지는 어떤가.
▲작년대비 수익이 10%감소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대훈서적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택시를 타면 10년이나 지금이나 택시기사들이 항상 ‘불황’이라고 얘기한다.
그때마다 하는 얘기가 어렵다고 어렵다고 얘기하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인생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서점 경영도 시대에 따라 다른데 살아남기 위한 대훈만의 전략이라면.
▲어려울때 투자한다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불황일수록 임대료나 여러 계약 조건이 유리하다. 어차피 책을 팔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오랫동안 책을 팔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불황기에 오히려 더 투자하려고 노력한다.
얼마전 개점한 중앙점도 그런 이유 때문에 유리하게 계약하기도 했다.
-서점을 운영하게 된 동기가 있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서점 운영의 방향을 잡을 것인가.
▲16살 때 처음 시작한 것이 서점에서 책을 구해주는 일이었다. 손님이 찾는 책이 있으면 도매점에 달려가 책을 구해주고 수고비를 조금씩 받았다. 그렇게 얼마를 일하니 도매점 어디쯤에 책이 있고, 어떤 책들을 손님이 주로 찾는지 알게 됐다.
그러다 헌교과서 장사를 했고, 1년 후 처음으로 ‘태양 서림’이란 간판을 단 서점을 냈다. 그것이 내 생애 첫 서점이었다. 중간 중간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중동에 대훈 서점을 내고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1982년 서점 조합장 자격으로 일본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중 4대째 70대 노인이 운영하는 서점을 봤다. 그 서점 건물 옥상에 400년전 그 서점을 본뜬 모형을 진열해 놓는 것을 보고 대훈 서적도 그렇게 오랫동안 호흡하는 서점으로 만들기로 생각했다.
-북한 도서 전문서점이라 할 만큼 북한 도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도서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겼나.
▲1989년 서울올림픽 이후 북방정책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북한학을 공부하는 교수들이 찾아와 북한 서적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책장사로 몇십년을 살아온 나로서도 어디서 무엇을 구해야 할지 난감했다.
처음엔 조총련계가 있는 일본으로 그 다음엔 홍콩으로 가 수소문을 했으나 구할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중국 연변에 갔는데 우리말글을 지키고 사는 조선족들에게서 북한 책을 발견할수 있었다.
처음 북한책을 사들여 왔을때는 공항에서 다 뺏기고 연변에 창고를 마련해 보관하거나 몇권씩 숨겨서 들여오기도 했지만 이도 여의치가 않았다. 이후 지난 99년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운이 좋게 특수서적취급 허가증을 받았다.
지금까지 모은 북한 책은 모두 4200여종 12만여권 정도 된다.
-북한도서의 특징이 있는가.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도서들에 대해 설명좀 해달라.
▲지금 소장하고 있는 책중에 ‘이조실록’이라는 것이 있다. 한질이 400권인 책인데 한자 숙어없이 순수 우리말로 풀어놨다. 북한에서 30여년간 번역한 것이라고 하니 우리 번역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북한의 소설, 시, 평론 등 문학 전반이 녹아 있는 조선문학 합정본인 북한 교과서, 순수문학, 의학, 예술서 등 다양하다.
북한교과서의 경우 특수물로 지정돼 현재까진 일반인 공개가 되지 않지만 이러한 북한 서적을 일반인들이 많이 볼 수만 있다면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을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
-북한서적 판매는 어떠한가. 본인에게 북한서적 판매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북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면 거의 팔리지 않는다. 팔리면 팔릴수록 적자라는 말이 오히려 더 맞다.
그러나 명색이 책을 파는 사람인데 없는 책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싶어 한 일이 오늘날 북한전문서점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한동안 북한책 모으기를 시도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북한에도 우리책을 가져다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통일후 동독의 상당수 책들이 거의 소실됐다는 소리를 듣고 무척 놀란적이 있었다. 북한책과 남한책이 교류하는 날 통일도 앞당겨 지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소설 ‘황진이’를 독점 출판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가. 만해 문학상 수상 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2002년 북경에서 처음 접했다. 대부분의 북한책의 경우 책의 겉표지에 체제 선전문구가 꼭 들어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선전문구 없이 곧바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마치 전래동화를 읽는 것 같아 국내 독자들에게도 별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해 이듬해 1월에 판권을 계약을 했다. 특수지로 분류돼 한동안 출판이 어렵다 지난 1월 28일 해제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작가의 인지도도 낮고 비슷한 제목의 소설도 함께 출간된 탓에 처음엔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언론의 집중을 받으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는 책보다는 컴퓨터 위주의 생활이다.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책의 발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산업화가 진행된 서구 유럽권의 경우 다시 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책의 종류를 다양화해서 책을 많이 읽을 수록 인생이 풍요로워 진다.
정리=오희룡 기자 / 사진=박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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