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건 교수 |
대전시 주변 명산 20여 개의 봉우리 120㎞를 연결하는 ‘대전둘레 산길 잇기’사업을 제안해 대전시로 하여금 내년부터 3년 동안 148억원을 들여 산길 잇기에 나서게 한 김선건(58.충남대 사회학과)교수를 만나 사업에 관한 전반적인 견해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대전둘레 산길잇기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
▲대전둘레 산길잇기는 대전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대전을 감싸고 있는 산들을 연결해 걸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대전은 들이 크고 넓어 한밭이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로 3대 하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우리가 늘 보고 있는 주위의 산들을 이어서 산으로 대전을 한바퀴 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대전둘레 산길잇기 사업을 교수님께서 창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에서 시작하게 됐고,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가을, 대전둘레의 산들을 어떻게 잇는 것이 좋은가를 고심하면서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환 춘천 트레킹 코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한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가 구체화시키게 된 것입니다.
저희들은 백두대간이나 금남정맥과 같이 산을 이어서 걷고 있기 때문에 대전둘레의 산들도 이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대전의 산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항상 보고 자란 산들이기 때문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전둘레 산길잇기를 제안한 것은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가고 있는 산들을 서로 연결해 더욱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산행을 즐기면서 산으로 대전을 돌아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대전을 감싸고 있는 산들을 이어서 걸어본다면 대전 전체의 모습을 한 눈에 보게 되고 대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이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교수님의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추진되기 까지의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작년 10월 제 연구실에서 대전둘레 산길잇기에 관심있는 분들을 모이도록 했습니다.
산을 어떻게 연결할가에 대해서 이견이 있었으나, 시내에서 보이는 산들을 잇되 가능한 한 시가지를 피하고 하천과 강을 따라 산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저와 안여종씨가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금년 봄 까지 10여 차례 답사를 마치고 대전시 당국에 제안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몇차례 모임을 갖었습니다.
제가 제안서를 만들고 그 제안서가 '디트 뉴스'에 실리게 되면서 지역언론의 주목을 받게되고 대전시에서도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산길잇기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며 타 시도의 모범사례는 있습니까, 특히 산을 이을 경우 어떠한 파급효과가 있나요.
▲우리가 시에 제안한 것은 4가지 입니다. 첫째, 시민들이 쉽게 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산길을 정비하고 안내표시를 할 것.(접근로, 산길정비, 안내표시, 주차시설 등) 둘째, 동물원, 군부대, 군사보호시설 등 시민들의 산행에 방해가 되는 지역을 조정할 것. 셋째, 산을 자른 길 위로 생태다리를 설치하고 하천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하천길과 다리를 정비할 것.
넷째,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대전의 녹지공간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이 제안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시에서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에서 시설위주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산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시에만 맡겨 놓지 않고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나다.
그래서 지난 9월 달부터 시 담당자들도 포함해 일반시민들을 위해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 정기적인 안내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춘천이 있습니다. 대전 같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그렇게 흔치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산을 잇게 되면 시민들에게 운동과 휴식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대전의 자연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환경적, 문화적 의미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대전의 산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을 잇고 있는 산은 어떠한 형태이며,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대전둘레 산길을 이어 보니까 20여개의 산들을 잇는 약 삼백리(120Km)가 됩니다.
전체를 6시간 산행을 기준으로하여 12개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구간 마다 특징과 맛이 다릅니다. 특히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능선을 걸으면 깊은 산의 정취와 조망이 참으로 좋습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우선 군사보호시설 등 산행을 가로막는 구간에 산행을 할 수 있게 등산로를 내는 일과 하천길을 정비하는 일입니다. 안내책자를 만드는 것도 시급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산에 대한 철학' 같은게 있나요.
▲산은 인간에게 겸허함을 끊임없이 일깨워 줍니다. 산에서는 자만하면 꼭 길을 잃고 고생하게 됩니다. 진정한 산꾼은 산을 잘타는 산행기술자가 아니라 항시 조심하고 산과 하나가 되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힘들어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땀흘려 성취하는 과정과 동행을 배려하는 공동체정신이 우리가 산에서 경험을 통해 온 몸으로 배워야 할 점입니다.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로도 맡고 있는데 활동방향은 무엇입니까.
▲산 이야기 만 하는 줄 알았더니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는 환경과 문화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산길잇기가 잘되면 사람들의 마음길도 열릴 것입니다.
대전문화연대는 행정수도이전을 계기로 대전을 문화적 특성과 자생력있는 문화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운동 시민단체입니다.
앞으로 문화의 공공성을 회복해 시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개입하고, 연대해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선 문화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전시의 문화정책에 개입하는 일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동안 준비하여 이번에 한밭문화제를 평가하고 대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낸 4억의 세금이 문화제에서 제대로 쓰이는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밭문화제는 이제 이대로는 안됩니다. 지역의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문화제와 함께 대전시 문화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도대채 대전에 문화정책이라는게 있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평가하고 개입하겠습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요.
-대전의 산을 사랑하는 동호회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말씀 하신다면.
▲대충산사(대전충남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여러분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고 함께하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대전의 산을 아끼는 여러분들께 부탁드릴 것은 멀리 있는 유명한 산만 갈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대전의 산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 약력
1946년 대전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
1980,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984-현재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대전 참여자치 시민연대 공동의장(2002년-현재),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2004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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