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복제 논란…황우석교수 연구 영향

인간 배아복제 논란…황우석교수 연구 영향

“치료목적 허용” “모든 경우 안돼”맞서<벤처/과학>

  • 승인 2004-10-26 00:00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  미국 필라델피아 심포지엄 참석에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 미국 필라델피아 심포지엄 참석에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UN서 표결땐 ‘절대금지안’이 유리해 황교수 “사회 의무 국익고려 연구재개”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못쓰게 된 클론의 강원래 씨가 다시 일어나 그의 히트곡인 ‘쿵따리 샤바라’를 춤추며 부를 수 있는 날은 과연 올 것인가.’

충청인으로 배아복제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할 때마다 단골메뉴로 제기하던 문제이다. 황 교수는 강씨처럼 척수 신경 손상으로 불구가 된 사람들에게 인간 난자를 이용해 배양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언젠가는 이런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경험을 갖고 있는 황 교수의 연구에 국제연합(UN)의 ‘국제협약 채택 여부’ 논란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논란 중인 두 안 중 어느 것이 채택되는가에 따라 황 교수의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인간 복제’만을 금지하고 치료 목적의 인간 배아복제 실험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벨기에 안과 ‘인간 복
제’뿐 아니라 모든 인간 배아복제 실험을 중지하자는 코스타리카 안을 두고 각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벨기에 안은 ‘어떤 예외 조항의 가능성 없이’생식 복제를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치료복제 연구는 하되 국가별로 법을 제정해 치료복제 연구 결과가 생식복제에 이용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코스타리카 안은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자국 영토에서 인간복제를 목표로 한 모든 기술의 연구나 실험, 개발, 적용을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양측 모두 복제 아기를 만들어내는 생식용 인간 복제에는 반대하고 있으나 연구 및 의학적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배아 복제에 대해서는 코스타리카 안은 반대, 벨기에 안은 찬성으로 각각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영국, 중국, 덴마크, 핀란드 등 22개국은 벨기에 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 이탈리아, 필리핀, 스페인 등 62개국은 코스타리카 안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지지하는 국가의 수로만 따질 때 향후 UN 표결에서 코스타리카 안의 확정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황 교수의 배아복제 연구는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UN 찬반 토론 결론 못 내려

UN 191개 회원국은 인간 배아복제 실험에 대한 금지협약의 채택 여부를 놓고 지난 21∼22일 이틀에 걸쳐 찬반 토론을 벌였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향후 일정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났으며 조만간 두 결의안을 놓고 총회 투표를 실시할지 여부 등에 대한 비공식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UN에서 대립했던 양측의 견해 차는 인간 배아복제 실험이 갖고 있는 윤리적 문제로 요약된다.
코스타리카 안을 주장하는 국가의 대표들은 이번 총회에서 치료목적의 의학적 연구를 포함, 인간 복제에 대한 연구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벨기에 안을 주장하는 국가 대표들은 인간복제 연구는 금지하되 치료목적의 복제연구는 각국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연설한 주 UN대표부 한명재 참사관은 “한국은 불치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치료목적의 복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인간 복제의 윤리적 측면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복제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 참사관은 또 “인간 복제와 치료 목적의 복제 실험은 엄격히 구분돼야 하며, 인간 복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 안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코스타리카의 로베르토 토바르 외무장관은 “의료 과학의 발전은 장려할 일이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윤리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며 “인간 복제는 똑같은 사람을 복제할 목적이건, 치료 목적의 실험의 목적이간 인간을 한낱 산업 생산이나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토바르 장관은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 실험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는 것처럼, 과학적 실험을 위해 파괴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인간 배아를 만드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인간배아 복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향후 배아복제 실험의 금지협약 채택을 둘러싸고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 연구재개

지난 2월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를 잠정 중단했던 황우석 교수는 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를 이용한 난치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재개하겠다고 지난 2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재개 선언이유로 “최근 영국정부가 뉴캐슬대학 연구팀에 대한 연구허용 방침을 정했고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바 있는 영국 로슬린 연구소 이언 윌머트 박사에게도 곧 연구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데다 일본의 허용방침 결정과 중국 등 기존 연구팀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천 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난치병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판단도 연구재개의 이유가 됐다.

최근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하반신 마비로 고통을 겪다 심장마비로 사망,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대한 지지여론을 높여준 것도 연구재개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경쟁국의 추격에 의한 국익손상 우려, 그리고 죽어 가는 수많은 난치병 환자 등 급박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격적인 연구재개 선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황 교수는 UN 토론 하루 전 정부 관계자, 지인 등과의 만남에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꾸준히 연구를 진행한다면 앞으로 10년 내에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실용적 목적에 적용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이러한 연구 성과는 논문과 함께 특허출원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특허출원은 단 10분이라도 늦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의 연구재개 필요성을 피력했다.

황 교수는 이어 “외국의 연구팀이 기존 우리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남성이나 노년층의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에 먼저 성공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허사가 될 수도 있다”고 재차 우려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의 복제생산에 성공한 황 교수 등 합동연구팀은 그동안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를 중단한 채 이 연구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과학적 의견을 듣고 이 연구의 재개여부와 시기를 검토해왔다.

그는 앞으로 남성과 노년층의 체세포를 이식한 배아줄기 세포 복제 분야의 연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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