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후폭풍 부동산 파장

행정수도 후폭풍 부동산 파장

팔 수도 살 수도… 거래 ‘올스톱’<부동산>

  • 승인 2004-10-25 00:00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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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사라져 투자자 외면…

동향문의 전화만각종규제 해제돼도 위축된 시장 회복엔 역부족
기업도시 건설 등 정부 강력한 후속대책 절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정부의 10·29조치로 차분히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또 다시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회오리의 중심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충청권 지역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부동산 폭락을 우려한 아우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지난 8월11일 정부의 행정수도 예정지 발표와 함께 날개를 달더니 지난 21일 헌재의 위헌결정 소식과 함께 당장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행정수도 예정지 발표가 있기전부터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토지가격 상승을 기대한 외지인들의 투자가 끊이지 않았고, 인근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거래됐다. 불과 엊그제의 일이다.

그러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받아들여지면서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올초 급격히 오른 만큼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중 충청권 토지시장은 그야말로 메가톤급 핵폭풍을 그대로 안고가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지시장은 신행정수도 건설 발표와 함께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부동산 분야. 당연히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 발표는 치명적인 타격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이 불가능해지면 앞서 이를 믿고 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미뤄 짐작만 해도 엄청나다. 이미 땅값이 무려 3~4배씩 올라 있는 마당에 행정수도건설이 무산되면 어떤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충청권 토지시장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묶여 있던 각종 부동산 규제가 해제되면 거래위축세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땅값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일수 밖에 없다.
실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의해 공주시 반포면, 의당면, 장기면, 연기군 조치원읍, 금남면 등 그동안 개발행위가 제한됐던 충청권 19개 지역에 취해졌던 토지거래특례지역은 위헌 결정과 더불어 곧장 해제됐다.

이와 함께 행정수도 예정지를 비롯한 당진군, 예산군, 홍성군, 청양군, 태안군, 서산시, 논산시 등 인근의 토지투기지역과 대전전역, 청주시, 청원군, 공주시, 아산시, 논산시, 계룡시, 연기군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조만간 관련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제 또는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이미 규제완화가 이뤄졌거나 앞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토지가격 상승에 대한 호재가 사라진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연 어떤 투자자가 호재가 사라진 곳에 투자를 할지 안봐도 척이다.

다만 위헌 발표이후 현지 중개업소에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문의 전화만 크게 늘어났고 급매물 등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상금을 노려 금융권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농지 등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손절매하는 상황도 예상되지만 여유자금으로 장기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는 앞으로 시장상황을 세밀히 지켜보면서 실행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행정수도이전이라는 호재가 단절된 충청권에서 토지거래는 당장 묶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뜻 땅을 팔려고 내놓을 수도, 땅을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방분권 차원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능해질 경우 기업도시 건설을 충청권에 적극 추진하면 그나마 충청권 토지시장의 일대혼란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장 눈에 띄는 하락양상을 보이고있는 것만 봐도 헌재의 위헌결정이 얼마만큼 위력적인지 알 수 있다.

충남 연기군은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발표가 있던 7월 아파트값 상승률이 무려 18%를 넘어서는 등 행정수도 이전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그 결과 올들어 주택가격이 30% 올랐고, 조치원읍에 분양됐던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는 한 때 엄청난 프리미엄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개쳤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백지화될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 폭락은 물론 올해 올랐던 30%의 아파트 가격 상승분 만큼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다. 행정수도 배후도시로 아파트가격이 폭등양상을 보였던 대전지역도 오른만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곳곳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일부지역의 아파트는 2억원이 채 안됐지만 행정수도 이전 바람을 타고 불과 1~2년새 2배 가까이 폭등했으나, 헌재의 위헌결정과 함께 무려 1억5000만원이나 거품이 제거됐으나 거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충청권지역의 신규주택 공급도 상당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행정수도 이전를 기대하고 충청권에서 올연말까지 분양을 준비했던 건설업체들은 당장 천안, 아산 1만2000여가구를 비롯, 연기, 계룡 등 인근지역에 5000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분양일정을 재조정하는 등 공급일정의 변화가 일고있다.

다행히 주택 공급업체들은 지역적으로 볼 때 연기, 조치원, 홍성 등 신행정수도 건설 후보지 및 인근지역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천안·아산 등지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안·아산지역은 행정수도 이전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개통, 아산신도시 건설, 탕정 산업단지개발 등 겹호재를 안고 있던 지역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다른 호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와 중개업소는 그렇지 않아도 지난 8월부터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어려움으로 경영난이 점차 가중돼왔다.

여기에 이번 결정은 이들 업체에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직격탄을 맞은거나 다름없다.
이로써 건설업계의 자금압박은 결국 신규사업 축소 등으로 이어져 민간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커지는 것을 배제할 수 없으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개업계도 사실상 행정수도 건설 무산이라는 또 다른 대형 악재로 줄폐업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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