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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Product), 즉 상품의 구매와는 달리 시설공사의 계약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하나의 프로세스 (Process)를 구매하는 행위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수요자는 물건이 생산되는 프로세스에 대해 따지거나 관여하지 않는다.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 간여하거나 품질검사를 하지도 않는다. 일반 물품은 결과품을 보고 구매하게 되고, 특정물품의 경우에는 수요자가 제시한 제품 사양에 의해 공급자가 물품을 만들어 공급한다. 만일 제품 품질이 일정기준 이하이면 반품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이와 달리 시설공사라는 프로덕트는 완성 후에는 반품이나 재구매가 불가능하므로, 최종 프로덕트인 시설물뿐 아니라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도 계약 목적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 3자에 의한 감리가 필요하고, 자재의 품질 검사가 필요하며, 공정을 확인하여야 하고, 시공평가가 필수적이다. 시설물이라는 프로덕트를 최적의 비용을 들여, 원하는 기간에, 일정 품질기준에 맞도록 완성하기 위해서는 당해 시설물의 기획으로부터 설계와 시공·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프로세스의 품질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획단계의 부실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덩이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커지며 설계와 시공 그리고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프로세스에 계속적으로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공공 건설공사의 경우 국민의 세금에 의해 집행되고 시설물의 사용자는 다시 국민이 되므로 이의 품질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설공사의 이러한 특수성에 착안하여 조달청에서는 시설 사업의 전반적 프로세스 품질 향상을 위한 패키지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패키지 서비스는 시설공사 전 과정을 기획부터 기본 설계·실시 설계·계약·시공·사후관리의 여섯 개의 패키지(Packet)로 나누어 조달청에서 각각의 프로세스 품질확보를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조달청의 전통적인 업무인 공사의 계약은 패키지 서비스의 네 번째 단계로 분류되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계약 패키지 중 일부분인 공사의 원가계산만을 원하는 공공기관은 공사 원가계산 서비스만 제공받을 수도 있다.
특히 공사 수행의 경험이 없는 기관의 경우 기획단계인 제 1패키지에서 사후 관리의 여섯 번째 패키지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조달청에 위임하여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Total Solution이라 함). 이 경우 조달청은 예산의 집행·사업수행 업체 선정 등 모든 행정적인 업무와 설계의 검토나 시공평가 등 시설공사 수행에 필수적인 전문·기술적인 업무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품질을 확보하게 된다. 근자에 시설공사 계약제도에 많은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에 최저가에 의한 낙찰방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부실시공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저가 입찰과 부실시공간의 개연성이 희박하고, 최저가에 의한 낙찰제가 공공 공사 입찰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고려한다면, 시설물의 품질확보는 결국은 프로세스의 품질확보에 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공사를 집행할 전문인력이 부족한 공공 기관의 경우, 조달청 패키지 서비스는 최적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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