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수준높은 공연 유치…관객배려 최우선

  • 승인 2004-10-09 00:00
  • 대담=박기성 교육문화부장대담=박기성 교육문화부장
▲  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조석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개관 1주년맞아 관람수준 높아져…정명훈씨도 감탄
‘오디션. 연수생 제도’ 통해 인재 육성 지역공연단체 발전 힘은 시민들 관심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그랜드 페스티벌 공연이 한창이다. 지난해 개관 기념 공연을 비롯해 지난 봄 스프링 페스티벌에 이어 이번 그랜드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국내외 공연들을 펼쳐왔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있기까지에는 조석준 관장을 비롯한 전당 가족들의 밤잠을 잊고 노력한 땀방울이 있다. 조석준 관장을 만나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註>



-개관 1주년이 지났는데 지금과 1년 전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난해 대전에 내려왔을때 어느 공연장에서 공연도중 핸드폰이 울리면 그냥 계속 받고 있고 아이들이 울어도 공연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참 서글펐지요.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관람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지난번 정명훈 연주때 관객들이 보여준 매너에 정명훈씨조차 감탄할 정도였다니까요. 악장 사이 박수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고 연주 후 기립박수가 나오기 시작했죠. 정명훈씨는 서울보다도 호응도와 관람분위기가 더 좋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악장 사이 기침을 참으려는 관객들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운영은 어떻습니까.

▲관객 배려를 1순위로 서비스를 우선으로 합니다. 올해에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신년음악회를 할 때 로비를 개방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공연장들도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본받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 내용은 어떻습니까.

▲ 지역 공연단체 작품은 수준이 높지 않다는 지역민들의 편견으로 많이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번 스프링 페스티벌때 우리 지역 공연단체들을 보며 이렇게 잘할 수 있는데 왜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전 지역 공연단체를 키우지 않고 매번 국내 최고만 데려오면 지역 단체는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봄에는 스프링 페스티벌을 통해 지역단체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가을에는 국내외 최고 단체들을 초청해 비교를 통한 경쟁심리로 지역 공연단체들을 키울 생각입니다.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도 순수문화를 즐기는 부류는 있게 마련인데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사정은 어떻습니까.

▲뉴욕 필처럼 표가 다 팔리고 얼마 안남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공연이 있는가하면 실내악과 무용 등은 표가 잘 안팔립니다. 서울과 대전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이름이 알려진 단체의 경우 잘 팔리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이름이 없으면 잘 안팔립니다. 정치, 경제 사정이 좋아야 문화쪽도 잘되는 것이죠.



-지역 공연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은 제작 지원 부족, 배우들의 질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일텐데요.

▲80년대 초 서울 대학로에 소극장이 생기고 88년에 예술의전당이란 하드웨어가 생기면서 급진적인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싱가포르 공연팀의 ‘캐츠’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면서 뮤지컬 붐이 일고 ‘명성황후’, ‘아가씨와 건달들’과 같이 뮤지컬 공연이 많아지면서 관객 붐을 몰고 왔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오늘이 있기까지 17년 걸린 것을 대전은 그 절반으로 기간을 줄여 이루려고 합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88년 개관 후 95년 첫 야외공연을 했는데 대전은 개관 첫해부터 야외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죠. 오디션을 통해 지역 인재들을 발굴하고 무대에 계속 세워주고 육성할 생각입니다.

그 외에 무대 기술쪽 인프라가 없어 무대예술 연수생 제도를 도입해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기획사 등이 많이 생겨야되겠죠. 서울의 경우 예술의전당이 개관하면서 매니지먼트사가 많이 생겼던 기억이 납니다.



-1년 전에 비해 문화관람층이 많이 두터워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연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으니까 관객층이 두터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공공성과 흥행성이 충돌할 때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공공성을 우선합니다.

들인 제작비만큼은 건져야 된다고 보지만 너무 고가일 경우 관객들의 발길을 차단하는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어 적자를 감안하고 뉴욕필 등의 공연도 하는 겁니다.

모든 공연은 청소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1만원부터 시작합니다. 9월과 10월중 음악, 발레, 연극, 오페라 등의 맛보기 강좌를 무료로 실시했습니다. 마니아들이 자주 옵니다.

또 지난 여름 무료야외공연후 전당 직원들을 찾아와 고맙다고 얘기하고 가는 관객들을 보며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공연, 재미있는 공연을 하면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관객층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묘안이 있는지, 관객층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말씀해주시지요.

▲기업체에서 단체로 표를 사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요. 메세나 활용도 없는데 이제는 국산품을 애용할 때처럼 질이 떨어져도 애국심에 호소해 국산품을 사줬듯이 대전은 애향심에 호소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기업체가 그 기업과 유사한 극단이나 음악단체를 지원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꼭 돈을 지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으로서 봐주기만 해도 제작비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되죠.

일단 그렇게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지역 공연단체의 수준이 좀 낮기는 하지만 자주 봐주면 수준이 높아지고 향상될 것입니다. 2,3년만이라도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어떨까요. 지역신문 봐주기 운동처럼 1년에 공연 1편 보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캠페인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시민들의 박수 소리에 힘입어 눈물겹게 노력하고 수준이 높아지면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늘어나고 서울에서 공연도 하고 그러면서 더 발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인가에는 대전의 공연단체들이 서울로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대전시민들인거죠. 대전에 있는 작은 벤처기업들이 공연단체와 자매결연해 공연이 끝나면 정산해서 지분을 나눠갖는거죠. 2,3년만이라도 애향심에 호소해야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왕도는 없는겁니다. 지역 언론기관들의 홍보가 중요합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많은 문예회관들이 적자와 손해를 보고 있는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손익 계산은 어떻습니까.

▲올해 총 예산은 83억원이었고 공연비가 23억원이었습니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적인 것은 공연 티켓 판매 수익금이죠. 내년부터는 아카데미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려 합니다.

주차료 수입도 계획하고 있어요.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4,5년전 재단법인화되면서 협찬광고 수익으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7,8%에서 재단법인화되면서 16~26%까지 올라갔습니다. 고양시와 성남시 문예회관은 개관하면서부터 재단법인화시켰고 경기도 문예회관도 지난 5월부터 재단법인화했습니다.

우리는 시 사업소로 공익성을 우선하다보니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재정자립도 10%를 넘기려고 노력중입니다. 20%로 올리면 해외토픽감이죠. 지금은 10% 정도지만요. 전세계적으로 링컨, 케네디센터 등은 최고 수익이 40%죠. 나머지는 후원회, 기부금 문화로 채우고 주나 시정부에서 지원합니다. 1년에 30~40%만 벌어들이면 됩니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등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흑자는 없습니다. 흑자 극장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전용극장뿐이죠. 목표는 15%입니다. 15%를 이루면 기적입니다.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이 7~8%를 기록한 것을 볼때 15%면 엄청난 것이죠.



-내년 기획 사업과 운영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올해와 달라진 점이 어떤게 있나요.

▲다목적극장이다보니 전국무용제, 전국연극제 등이 내년에 열리는데요. 음악쪽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무용과 연극은 낮게 분포돼 있습니다. 무용과 연극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특히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연극, 무용, 오페라쪽에 치중하려 해요. 또 무료 공연인 야외공연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합니다. 서대전시민공원에서도 공연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정리=한성일·사진=박갑순 기자



약력

▲1953년 서울 생 ▲중앙대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삼일로창고극장 연출, 공연기획 및 극장 운영 ▲숭의음악당 공연기획 및 극장 운영, 동방프라자 이벤트홀 개관 자문, 홍익대학교 강당 개관 자문, 63빌딩 이벤트홀 개관 자문, 코엑스 태평양홀 등 개관 자문 ▲서울시 성북구 문화예술회관 건립 심사위원 및 자문위원, 경남 김해시 문화예술회관 건립 자문위원, 경기도 고양시 문화예술회관 건립 자문 및 심사위원,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심사위원,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의전당 수탁기관 선정 심사위원, 예술의전당 무대기술팀 팀장, KBS 공연예술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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