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한용 대전 목양초 교사 사진=박갑순 기자 |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강조 학생. 교사. 학부모 신뢰형성 중요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노랫말 처럼 과거의 스승은 제자들에게 절대적 존재로 인식됐다. 제자들에게 학문과 법도를 가르치는 스승은 제자들 앞에서 절대 모범을 보였고 제자들 역시 스승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우며 스승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존재로 인식했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현장은 공교육 불신으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선호하고 진정한 스승의 권위는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 목양초 장한용(54) 교사를 만나 참교육의 의미와 교육 방침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장애아동 등 특수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수교육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일반교사에서 특수교사 자격을 얻고 나서부터입니다. 80년대 초반 일부 학교에 특수학급이 신설되기 시작했는데 당시는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정식 학부 출신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지난 1989년 시험을 통해 특수교육 자격증을 취득했고 1994년에는 충남대 상담대학원을 다니면서 시설아동의 상담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이때 장애아들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장애아들을 일선 교직에서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1999년 대전 성남초에 근무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수교육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장애아동들을 바라보는 일반 학생들의 시선은 어떤가요.
▲학생들뿐아니라 저 역시 처음에는 정상 학생들과 다른 이질감과 거부감이 생겨 장애 학생들과 동질감을 맺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을 이해하면서부터 진정한 교육의 참뜻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에는 일반 학생들도 장애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해 같이 어울리고 장애 학생들을 돌봐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장애 학생들의 손때 묻은 과자를 선뜻 나누어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로서 어떤 점이 가장 큰 보람인지요.
▲교단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어린이들과 생활하니까 이 자체가 모두 보람으로 생각됩니다.
가르침에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이 절로 뿌듯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더 큰 보람은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사회나 가정에서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32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지난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남자는 8할이었으나 여자들은 한 반에서 겨우 3∼4명 진학하면 많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남녀차별 의식과 함께 여자가 공부해서 무엇에 쓰느냐는 사고가 팽배해 있어 여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모님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반에 너무나 형편이 어려운 2∼3명 빼고 나머지 학생들은 중학교에 원서를 제출해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여학생은 “그 때 선생님 아니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식모살이 떠났을 텐데”하면서 지금은 사회에서 당당히 활동하는 제자가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오는데 그 여학생이 잘 성장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 기반도 굳힌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낍니다.
-체육지도자로도 활동하셨습니다.
▲지난 1986년 충남 서천군 서도초에 부임하면서 학교를 대표할 만한 운동부를 육성하라는 특명을 받고 어떤 운동부를 만들지 고민을 했습니다.
서도초는 해변가에 위치한 학교였는데 학생들이 쉽게 지칠 줄 모르고 도시 아이들보다 몸은 왜소했지만 체력만큼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폐활량을 측정한 결과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고 육상 중장거리 선수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습 장소는 들길, 산길, 모래사장이었지만 학생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해 군대표, 도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 많은 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당시 선수로 뛰던 학생 가운데 지금은 체육지도자의 길을 걷는 제자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어려운 점은.
▲학습지도면에서는 요즘 학생들은 많은 것을 경험해 다소 쉽게 느껴지지만 진정한 교육 자체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기본 교육을 무시한 채 사설 학원 수업에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은 인성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워야 합니다.
장애 학생들의 경우 특수교육이 필요한데도 상당수 학부모들이 동의를 하지 않아 교육 자체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습 장애아는 학습면에서만 표시가 나지 외관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에 특수교육을 받으면 상태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교육방침은.
▲요즘 학생들은 누구나 1등 하기를 원하고 또 가정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다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상에는 1등도 있고 꼴찌도 있는 것처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교육은 신뢰 위에 이루어집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듯이 선생님을 믿고 공교육을 믿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학생들과 공교육 불신이 만연돼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캄캄한 밤에 등대를 보고 찾아오듯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할 예정인지요.
▲교직은 참으로 해볼 만한 일 중 하나입니다.
교육의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지만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특히 장애 학생들의 순수함, 꾸밈없는 그들의 행동에서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지금 이 학교의 특수학급은 모두 3명인데 이 가운데 2명은 그나마 몸 상태가 괜찮아 국어,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과목은 일반 학생들과 통합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의 상태는 거의 식물인간이기 때문에 재택교육을 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부모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그 학생에게 열성을 바칠 것입니다. 반드시 눈을 맞추고 들려주는 이야기에 같이 웃고 울 때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프로필
▲1952년 충남 서천군 비인 출생 ▲1971년 공주사범대부속고 졸업 ▲1973년 공주교대 졸업 ▲1973년 충남 보령 대농초 첫 발령 ▲1984년 한남대 수학과 졸업(중등 수학과 2급 정교사) ▲1989년 특수교사 자격증 획득 ▲1994년 충남대 상담교육 전공 교육대학원 석사(중등 상담교사 자격증) ▲2001년 교수학습지도 우수교사 수상(교육인적자원부장관) ▲2002년 특수교육 장학자료 발간 위원 ▲2003년 모범공무원상 수상(국무총리) ▲2003년 수업경연대회 1등급 수상(교육감) ▲2003년∼ 대전교수학습지원센터 수학과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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