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대전지검 검사장 |
‘집단범죄 피해자 지원제’ 등 마련해 체계적 배상 확립
개개인 실천이 사회정의 구현 ‘법의 날’ 의미 되새겨야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4.15 총선은 돈안드는 선거문화의 정착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도적 장치마련과 사법기관의 철저한 법 적용이 뒷받침됐기에 불가능해 보이던 선거문화의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불법선거사범을 정확히 재단하고 처리한 사법기관이 깨끗한 선거문화를 견인한 숨은 주역인 이유다. ‘법의 날’을 며칠 앞둔 시점, 김희옥 대전지검 검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를 치뤘다는 것이 주민들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철저한 단속의 영향으로 보여지는데 검찰이 현재 수사하고 있는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우선 선거법 개정으로 예비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어느정도 가능하게 되었고, 국민들 또한 선거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지역민들이 선거문화를 바꾸자는데 동참하는 노력이 있었고, 우리 검찰도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불법 선거사범을 처리한 결과로 보입니다. 제17대 총선과 관련한 선거사범은 총 111명을 입건해 이 중 14명을 구속하고 84명을 기소했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사람만도 24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적발된 선거사범은 소속 정당이나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신속히 처리할 방침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치러질 오는 6월 5일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와 6월의 충남도교육감 선거, 12월의 대전시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총선과 동일한 기조로 대응할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문제와 총선 등으로 사회분위기가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검찰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데 청운영에 대한 방침은 어떤 것인지요.
▲검찰의 궁극적인 존재가치가 사회안정을 유지하는데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정하고 공평한 검찰권의 행사로 법질서를 확립하고 적법 절차의 준수로 인권을 적극 보장함으로써 질서와 인권이 함께 숨쉬는 검찰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검찰권을 부여한 국민이 검찰에 대해 진정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검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해와 올 초 대전지검에서는 공인중개사 시험지 유출사건과 의료계 비리, 한화 비자금 등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굵직한 기획수사가 많이 있었습니다. 계획하고 계신 기획수사나 검사장께서 생각하시는 수사 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검찰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이자 국민들이 여망하는 바가 부정부패의 척결임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등 국가 자격시험 문제지를 유출한 사건은 7, 8개월에 이르는 집요한 수사 끝에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 등 64명을 적발해 25명을 구속했습니다.
행정수도 건설을 틈타 극성을 부린 부동산 투기사범 91명을 단속해 21명을 구속했고, 일부 의료계와 짜고 벌인 보험사기 사범의 경우 의사를 11명 구속한 바 있습니다. 그외 승진 인사와 관련해 돈을 수수한 도교육감을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사정의 중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특별수사부를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편승한 투기사범 등 지역 특색범죄는 물론 법조비리, 공직비리 등 사회 구조적인 비리 척결에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강력사범과 조직폭력 등 민생침해사범 척결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국민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대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 문제에도 철저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는 사각에 놓여있던 피해자들의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설립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그동안 지원센터의 활동상을 듣고 싶습니다.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신체와 정신, 재산적 피해 회복을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목적으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국내 최초로 지난해 11월 21일 대전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담지원 15건, 화해 중재지원 34건, 사법보좌인지원 5건의 운영실적을 거뒀습니다.
성폭행 범죄의 충격으로 수사기관에 가는 것조차 꺼리는 30대 피해여성을 위해 대전성폭력 상담소의 상담전문가를 사법보좌인으로 지정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도움을 주도록 한 예가 있습니다.
또 경제적, 의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자원봉사자들과 결연을 시켜주고 의료지원을 해주는 제도도 제한적이나마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단피해자 지원제도’를 두어 대규모 안전사고와 금융사고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사건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배상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대전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언급했듯이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독립과 운영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차원이나 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국의 경우는 범죄피해자지원 관련 기구를 후원금이나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행초기인 관계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비해 예산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조직과 예산이 독립된 민간전문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은 운영의 활성화를 도모해 조직의 체계를 잡아가는 동시에 정부 등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작업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의 검찰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부드러워졌습니다.‘독립검찰’이라는 말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검찰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4월 25일 ‘법의 날’을 앞두고 있는 데 지역주민들께 당부의 말씀 전해주시죠.
▲‘법의 날’을 제정해 기념하는 참 뜻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법의 가치와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고 준법정신을 드높임으로써 법의 지배를 통한 민주질서가 확립되고 기본적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자는데 있습니다.
법의 지배를 통한 민주질서의 확립과 기본적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는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의 의지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검찰도 지역주민들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아프고 괴로운 곳이 어딘지를 잘 헤아려 공복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드립니다.
김 검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공평한 검찰권 행사의 출발점이라는 표현이다. 김 검사장의 인상은 학자다운 부드러운 면모를 풍긴다.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저술한 책만도 ‘주석 형사소송법’과 ‘판례 형법’ 등 10권에 이른다.
책을 늘 가까이 한 결과다. 검사장으로 부임할 때까지 이 지역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그는 대전을 ‘열린도시’라고 표현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들렸다. 김 검사장은 인터뷰를 마칠 무렵 법과 관련된 경구가 적힌 자료를 건넸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그러나 법은 내용상 도덕과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프로필▲48년 경북 청도生 ▲서울대 대학원 신문학과 ▲동국대 법학박사 ▲76년 사시18회 합격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서울지검 형사4부장 ▲수원지검 차장검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 송무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