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핵심과제 2012년까지 완성… 첨단교육 체제 구축
대학총장이라는 직함은 ‘학문의 정점’ 및 ‘권위’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배움이 신분 상승의 요체였던 우리 사회에서 총장은 그만큼의 ‘무게’를 가져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수도권으로의 수험생 역류, 미등록 사태 등 대학의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 지난달 17일 취임한 한남대 이상윤 총장을 봄볕이 스미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오전 5시에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총장은 취임이후 근황을 묻는 질문에 기도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업무파악과 빠듯한 대외 일정 등으로 오후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된 탓에 얼굴엔 피곤한 기운이 돌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변화의 시기에는 늘 진통이 있게 마련입니다. 발전을 위한 갈등은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존재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좀 더 인간관계를 가깝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취임을 둘러싸고 교수협의회와의 ‘불화’에 대해 완곡한 표현이지만 그리스도의 ‘마지막 계명’인 사랑으로 서로 포용해 나가야 한다는 뜻을 비쳤다.
취미인 등산에 대해 묻자 이 총장의 얼굴엔 금세 화색이 돌았다. “건강 관리하는데 등산만한 것이 없습니다. 계족산 등 집 주변 산을 시간을 내 오릅니다. 등산할 때는 정복하려는 마음보다는 산을 오를 때의 기쁨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 총장은 등산을 그 자체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대할 때 무언가를 정복한다는 마음보다는 여유를 갖되, 열정은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취임후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근황과 전반적인 대학 운영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총장을 맡은지 얼마되지 않아 최근 저녁 10시 전후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한남대의 설립지표이기도 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기며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도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대학 역시 그 변화의 전환기에 서있습니다. 갈등은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에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교수협의회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지역대학들이 수험생 부족과 수도권 역류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법을 갖고 계신지.
▲수험생들을 파악하기 위해선 시대적 흐름과 최근 젊은이들의 경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의 입장에서 대학을 들여다보는 ‘관심 전환’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캠퍼스 역시 이런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캠퍼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업센터 확충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와 학과 특성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기를 겸해 산업체에서 재교육이 필요없을 정도의 시스템을 만들 것입니다.
-취업률이 대학 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취업률 제고를 위해 어느 것에 주안점을 두시겠습니까.
▲단계적인 ‘취업트랙’ 개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상담 및 서비스 센터 확충 등 6단계의 트랙을 조성해 취업률을 높이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입니다. 일례로 세계화 시대에 발맞춘 ‘영어트랙’ 개발을 구상 중입니다. 국제화의 중요 인자인 영어 교육의 확대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국제적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겠습니다.
-한남대가 침체기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교육여건 개선 등 활기를 찾을 수 있는 복안은 있으신지요.
▲각 대학마다 이사회 등을 통해 안정적 재정 확충 등 투자확대를 위한 재원마련에 진력하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남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 정신을 잇는 ‘제사장’의 역할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투자 재원 마련의 방법에 있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동문회를 통한 기금 조성과 대학만의 고유한 프로그램 개발에 의한 재원 마련 등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 중입니다.
-대학의 장단기적 발전방향에 대한 구상과 타 대학과의 차별화 전략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남대는 이제 제2의 도약기를 위한 혁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기독교와 첨단의 조화’라는 명제하에 9대 핵심과제와 32개 소형과제, 172개 세부과제를 오는 2012년까지 완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9대 혁신 과제는 ▲대학 설립정신의 재정립 ▲첨단 교수 연구체제 ▲첨단 교육체제 강화 ▲첨단 행정체제 도입 ▲첨단 인프라 구축 ▲입학·취업체제의 혁신 ▲세계화·지역화를 통한 봉사 ▲경쟁력있는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 구축 ▲안정적 재정기반 확보 등입니다.
이러한 발전 전략이 구체화될 경우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기독교 대학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합니다.
-학자로서 남다른 교육철학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봉사와 섬김이라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구현하는 교육을 추구해 왔습니다.
먼저 모든 사물을 통일된 세계관으로 보는 ‘신앙의 수월성’입니다.
두번째는 양심의 영역까지 지킬 수 있는 고차원적인 도덕성을 갖추게 하는 ‘도덕의 탁월성’, 세번째는 예수님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희생하면서까지 보여주었던 섬김의 리더십인 ‘봉사심’을 가르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를 바탕으로 한남인을 키우는 것이 제 교육철학이자 대학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총장은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몸을 낮춰야 한다’는 입산위하(入山爲下)의 경구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싶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산에 오르듯 단계를 밟아가며 학교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1941년생인 그는 어쩌면 ‘행운아’다. 정년을 2년 앞두고 상아탑의 사령탑 자리에 오른 까닭이다. 지난 78년 한남대 강단에 선 후 25년만의 일이다. 누구나 원한다고 대학 총장에 오르진 못한다. 주어진 영예만큼이나 책임도 간단치 않음을 그는 인식한 듯 했다.
수험생 부족, 수도권 역류, 대학 개방 등 현재 국내 대학이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격랑은 한남대 ‘이상윤號’라 해서 비켜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그는 태권도 공인 3단의 다부진 체력을 갖고 있다. 안경 너머로 보여주는 눈매 역시 날카롭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이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가 되기도 하는 한남대의 발전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할 지 그의 행보에 학내외 이목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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