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2018-08-09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이제는 익숙하지만 널리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재능기부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재능기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행해져 왔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변호사, 의사뿐만 아니라 예술가, 과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
2018-08-02
6·25가 한창이던 때 미군의 공습 예보가 내린 원산 시내를 한 소년이 바삐 가고 있다. 혹독한 자아비판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는 아무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 닥친 공습으로 소년은 사람들과 같이 방공호로 들어간다.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방공호는..
2018-07-26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글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다. 개(改)는, 자기 자신을 살짝살짝 건드려 고친다는 뜻이 담겨있다. 혁(革)은 ‘가죽 혁’자인데 그동안 입었던 자신의 옷을 벗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옷은 신분을 상징한다. 내가 입은 비단옷을, 내가 입은 사모관..
2018-07-19
한 달 전, 회의 참석을 위한 서울행 발길을 서둘러 인사동으로 옮겼다. 평소 친분이 있는 도예작가의 전시를 축하도 하고 오랜만에 편한 관람을 하면서 바쁜 일상에서의 탈출을 기대하는 마음에 내 발길은 더 분주해졌다. 개장준비를 하는 인사동의 상가와 갤러리의 풍경도 매몰차..
2018-07-12
최근 대전시는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문화도시를 지정하겠다는 사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 사업은 1단계로 5-10개 지역을 최초 지정할 계획인데, 많은 도시가 최초 지정을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모양새이..
2018-07-10
90년대 방영된 인기 만화영화 '날아라 수퍼보드'에선 캐릭터별 개성에 맞는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저팔계가 들고 있는 '바주카'포는 조금은 허술했지만 악당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흔히 '바주카포'로 알고 있는 이 무기의 실체는 '3..
2018-07-05
민선 7기 17개 광역단체장 공식임기가 2일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며 앞으로 4년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방자치가 펼쳐지길 기원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에서..
2018-06-28
필자의 선친은 가끔 중학교 시절 어렵게 모은 돈으로 봉천(중국 선양)에 수학여행을 갔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일본 강점기 때여서 기차로 이틀을 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학여행으로 간 선친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당시에 만주로 간 이들은 먹고살기 너무 힘든 때문이 대부..
2018-06-21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고 가장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하나 있다면 여러 잡지에서 청탁(請託)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변변한 원고 청탁서 하나 오지 않았다. 작품 청탁 없는 시절을 보내면서 자괴..
2018-06-10
2002한일월드컵 대전에서 열린 16강전은 한국축구사 10대 명승부에 꼽힐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정환의 연장전 골든골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축구팬들에게 회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안정환의 골 만큼이나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018-06-07
얼마 전 농담반 진담반 천원에 어떤 정책을 팔게 되었다. 오래전에 아이를 기다리던 친구에게 우연히 태몽을 대신 꾸고 천원에 꿈을 판 이후 두 번째 천원 거래를 하게 된 셈이다. 그때 친구는 태몽 값이라며 기어이 천원을 안겨주었는데, 그 꿈 때문인지 친구는 늦은 나이에..
2018-05-31
지난달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29일 만에 제2차 회담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번개'로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났다. 남북 통일비용을 순수 통일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남한경제가 부담하는 비용이 아니라 통일한국의 관점에서 지출되어 사라지는 비용으로 정..
2018-05-24
작년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비롯하여 한동안 회자됐던 말이 있다. 이른바 '코리안 패싱'이 그것인데,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한국이 제대로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이에 대비되었던 것이 문재인 후보의 '한반도 운전자론'이었다. 이는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겠..
2018-05-23
이번 월드컵 어디서 하지? 기자의 오랜 친구가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꺼낸 말이다. 주말 아침마다 조기축구로 체력을 다지는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황당한 질문이었다. 러시아 월드컵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월드컵은 예전 같은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없다...
2018-05-17
이름을 고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지금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사연이 있지 않고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버리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여러 번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개인과 달리 정당..
2018-05-10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본 나의 나이가 오십을 넘어 육십을 향한 반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고 스스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삶에 충실했던 증거인양 나의 몸매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두리둥실한 살점 덩어리의 집합체가 되었고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떠들었지만 이미 나의 사고는..
2018-05-03
2008년 봄, 그날도 그녀는 위태로웠다. 주변 담벼락엔 온통 철거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개발의 소리 요란한 중구 대흥동 주택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꽉 잠긴 수도꼭지, 사라져버린 계단, 잡다함을 잠시 덮어놓은 까만 천막, 담장마다 그어놓은 붉은 가위표가 덩달아..
2018-05-01
남북정상회담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스포츠계에도 남북체육교류에 대한 훈풍이 불고 있다. 기자가 취재 정보를 얻기 위해 자주 찾고 있는 축구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남북축구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농담 삼아 주고받았던 남과 북의 축구리그 교류..
2018-04-30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왔다. 5월의 첫 째주만 해도 어린이날과 대체공휴일이 이어지는 연휴다. 기온도 올라 낮에는 제법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고 앞 다퉈 핀 봄꽃과 지역 축제가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 축제 몇 개를 소개해..
2018-04-19
'기억'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20세기 초였다. 19세기 말까지 소설의 주종을 이룬 것은 당대 현실이나 풍속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寫實主義)였기에 기억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시도는 그때까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
2018-04-16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겨울, 한 경찰관을 두고 인터넷을 잠시 뜨겁게 달궜던 적이 있었다. 근무 중이던 한 경찰관이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핫도그를 사먹는 모습을 지나던 한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행정안전부의 커뮤니티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네티즌은 "여성 경찰 공무원..
2018-04-12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면서 펜스 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뉴스는 전한다. 펜스 룰의 어원을 좇다 보면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검색(다음백과)된다. 그는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절대로 단 둘..
2018-04-11
이른 아침부터 울리는 휴대전화의 벨소리에 비몽사몽인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0000호에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차량 좀 이동주차 해주세요" 부탁인지 협박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발언에 "네"라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아내도 그 소리에 잠이..
2018-04-05
봄비가 내린다. 제법 세차게 내리는 봄비로 인해 한 주만에 활짝 봉오리를 터트린 벚꽃들이 감상도 하기전에 떨어져 버릴까 염려가 앞선다. 이 벚꽃은 무심히 다녔던 거리를 아름다운 거리로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꽃이 피어있는 동안에 많은 시민들은 일상에서의 여유와..
2018-03-29
얼마 전 대구 근대골목과 경남 창원 창동예술촌을 다녀왔다. 대전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문화기획자 그리고 몇몇 마을활동가들이 함께 돌아본 여정이었다. 두 곳 모두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 확장으로 쇠퇴하는 기존 도시를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