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0-09-24
오래전 우리 집의 구조, 가구, 색채 등이 눈에 들어온 것이 공간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또한, 학교의 페인트 색감, 교장실, 교무실의 소파, 학교가구, 복도의 냉난방 등이 불편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그런 시선이 학생들도 현관에서 실내화로 바로 갈아 신을 수 있는,..
2020-09-17
천직은 사전적으로 타고난 직업, 직분이라고 한다. 지금 교단에서 온 힘을 다해 애쓰시는 선생님 중에 누군가는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느껴질 무렵부터 학생들과 함께 있는 그 날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어렸..
2020-09-11
1학년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디카시 수업' 덕에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가 합쳐진 단어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시로 표현하는 문학 작품을 일컫는다. '디카시 쓰기'반 활동의 초석은 풍경이나 사물을 다른 것에..
2020-09-03
언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친구들을 볼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3월이면 입학과 개학을 하고, 7월이면 여름방학을 하고, 9월이면 다시 만나던 우리. 유치원에 오는 날만 기다리던 친구들이, 스물다섯 밤만 자고 만나자던 친구들이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
2020-08-27
올해 새롭게 회자되는 단어 가운데 단연 이목을 끄는 신조어는 '언택트'다. (트랜드 분석가 김용섭 씨는 '언컨택트'로 표현한다.) 언택트는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로 지금의 인류를 스..
2020-08-20
두 번 배접한 화선지를 붙이고, 중탕해둔 아교물을 두세 번 칠해 햇볕에 말리면 화판이 팽팽해진다. 스케치를 한 뒤 곱게 갈아둔 분채물감을 아교물에 묻혀가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그림을 그린다. 밑 작업 없이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번거롭고 지난한 진채화의 과정이다..
2020-08-14
매년 새 학년도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의 콘셉트를 정하는데 2020~2021시즌은 'LAST DANCE'로 정했다. 고3을 담당할 때는 이별의 시점을 정하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들에게는 '내년에 또 3학년 담임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제자들에게는..
2020-08-06
학교장에게 '코로나19'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무거운 과제임을 알기에 더욱 걱정스러웠던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이때에 많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
2020-08-04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인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갑작스럽게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현시점에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20-07-24
양지고는 원수산 아래 자리해 숲, 야생화 그리고 자연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계절의 변화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하루하루 자신들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꿈이 자라나는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2020-07-16
선생님으로 불리고 선생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삶보다 축복이다. 선생님으로 첫걸음을 내디디며 첫 출근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긍지와 사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런 기억들과 날들이 하나하나 쌓여 이제 교장 선생님으로서 첫 출근이 나를..
2020-07-09
지난해 11월, 1학년 주제선택 국어 시간이다. 주제로는 UCC만들기, 보드게임으로 창의 인성 다지기 등의 활동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주제선택 국어 시간을 은근히 기다렸다. "선생님, 다음 주제는 뭐예요?" 기다리는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응, 이번 시간부터는..
2020-07-07
새 학교에 와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이다. 딱 2년 전 세종에 신규발령을 받아 처음 왔던 그때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기분이다. 거기다 코로나19의 등장까지 더해 정말 태어나서 경험해보지 못한 학교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2020-06-25
아이들과 함께한 지, 어언 11년째. 코로나 19로 인해 유치원의 생활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하루 종일 끼고, 1m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지그재그로 앉아 초록색 가림막을 마주하며 밥을 먹는다. 옹기종기 모여 4~6명씩 놀이하던 공간은..
2020-06-18
"교감선생님, 이번 시간에 학생들과 Zoom으로 쌍방향 화상 강의 했어요." 나를 보자 마자 우리학교의 일명 실버교사분의 자신감 넘치는 환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실버교사란 50대 이후의 연령대 교사들에 대해 본교에서 부르고 있는 별칭이다. 이 별칭이 나오게 된 시기..
2020-06-12
조치원에 위치한 12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 그곳이 내 교직 생활의 첫 시작이었다.나는 아이들과 함께 학급을 꾸려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학급 규칙을 정할 때는 물론이고, 교실 안에서 작은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학급 회의를 열었다. 이전까지 학급 회의를 몇 번 해..
2020-06-04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은 어떤 걸까?"나를 들여다보면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너무 많다. 나 자신에 누군가의 딸, 누이, 언니, 아내, 엄마, 교사, 친구, 동아리 회원, 지역 주민, 대한민국 국민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는 내가 더해져 있다. 게다가..
2020-05-28
수업을 마치고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어느 날 생각지 않은 메시지가 왔다. 발신인은 웃는 모습이 예쁜 우리 반 유나(가명)였다. 유나는 평소 나에게 고민을 자주 이야기 했었는데 그날의 문자 내용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곧바로 유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하고서도..
2020-05-22
학년 초마다 학부모님들께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질문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인성 지도를 잘 해주셨으면 해요'이다. 나는 인성지도에 대한 고민 끝에 모든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마음의 보석이 있다는 답을 찾게 되었다. 이미 마음의 보석이 빛나는 아이들도 있..
2020-05-13
올해는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학교에서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교사로서 더 많은 생각이 드는 5월입니다.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라는 존재가 단순히 수업을 진행하고 가르치는 것 외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간임과 동..
2020-05-07
네팔 교육봉사단으로 가셨다가 끝내 주검으로 돌아오신 네 분 선생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사고 이후 수많은 비난과 편견 앞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는데, 이제 허망한 죽음으로 돌아온 네 분의 선생님들이 하고자 했던 교육봉사단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
2020-01-02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교육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자녀교육은 부모의 희망이나 꿈이 지대하기 때문에 학교교육 이외의 사교육에도 주저함 없이 최고로 가르쳐 주려고 한다. 부모님이 교육받았던 시절과 지금 자녀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학교나 교..
2019-12-19
소원이 깊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먼 길, 먼 시간을 돌고 돌아 왔지만 결국 그토록 원하던 교단의 자리에 이렇게 서 있다. 막상 교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지금껏 지나온 학창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 그저 병아리처럼 올망졸망..
2019-12-12
요즘 재즈바에 포옥 빠져 있다. 칵테일 한 잔 값이면 수준 있는 재즈 밴드 노래와 탭댄스를 즐길 수 있다. 모임 장소를 정할 때면 유성에 있는 재즈바에서 한잔 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곤 한다. 눅눅한 노래와 무르익은 색소폰 소리, 그 소리들의 빈곳을 간드러지게 파고들어..
2019-11-28
여울초등학교의 역사는 올해 3년 차로 매우 짧으나 작년부터 시작된 전통이 하나 있다. 11월이 되면 일반 '학예회'의 모습과는 다른 '여울진로페스타'가 열린다. 이 행사는 학예발표회, 진로프로젝트 발표 수업, 진로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