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8-12-25
그 유명한 ‘성탄절 휴전’을 다룬 기적 같은 영화 . 자명종 소리가 들릴 만큼의 거리에서 대치한 독일, 프랑스, 스코틀랜드군이 하루동안 맺은 아슬아슬한 휴전 협정. 메리 크리스마스!(영), 조이유 노엘!(불), 프로헤 바인아흐텐!(독) 각자의 언어로 성탄을 축하하고..
2008-12-24
캐럴이 잘 들리지 않은 썰렁한 거리에서 글로벌 불황을 실감한다. 상점에는 ‘립스틱 효과’가 조용히 재연되고 있다. 고가의 자동차나 가구 대신, 립스틱처럼 작고 값싼 사치품 구매가 늘어난 것이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고 커피는 전문점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된장형’ 소..
2008-12-18
아이들 책에 ‘누드교과서’가 있어 검색창에 찍어 보니 ‘성인키워드’란다. 유해 매체물로서 성인 인증을 받으라니. 왜 위태로운 책이름을 지었을까. 글을 쓰다 보면 걱정이 늘어난다. 오늘은 사자에 물려 죽은 전주동물원 호랑이를 걱정했고 남은 호랑이들과 물어 죽인 사자와..
2008-12-17
‘타인능해(他人能解)’ 글귀가 쓰인 뒤주를 가졌던 부자가 또 생각난다. 끼니를 거른 사람은 누구든 능히 쌀을 퍼갈 수 있다는 쌀뒤주였다. 나눔의 쌀독이 대전, 대구를 찍고 부산에 등장했을 때가 있었다. 대전 부사동에서 시작된 운동이 퍼져 전 동사무소에 쌀독을 비치했던..
2008-12-11
# 교내 카페에 금발의 퀸카가 등장한다.
우리가 금발을 잡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도 여자를 잡지 못해.
하지만, 아무도 여자를 넘보지 않으면?
쟁탈전도 없고 그녀 친구들 기분도 안 상해. 그게 다같이 이기는 거야. 게다가 다같이 즐기는 길이야. ―영화..
2008-12-10
내가 미네르바. 내가 Daum 아고라를 휘젓고 다니는 정체 불명의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라 한다면, 굉장한 낚시제목이 될 것이다. 연정훈, 한가인의 잠자리 선물(?) 무서워. 에로틱한 제목에 이끌려 글을 읽었는데 정작 내용은 연정훈이 곤충 잠자리를 무서워한다는..
2008-12-04
싸움에 지고 꼬랑지를 내린 녀석의 구슬픈 낑낑 소리는
사실, 언제라도 당신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먹을 것을 찾아 배를 채우고
암컷을 차지해 번식을 해야 하는 그 숙명 뒤에도
싸움은 끝없이 이어지며 그 뒤엔 노쇠와 몰락이 찾아온다.
무심코 따라 읊던..
2008-12-03
배 타고 가다 칼 빠뜨린 곳에서 뱃전에 표시하고 다음에 칼 찾는 각주구검(刻舟求劍), 좋아하는 여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자 한다고 폭우 속에 기다리다 떠내려간 미생이란 남자의 미생지신(尾生之信), 그루터기에 토끼 한 마리 걸린 뒤로 농사 작파하고 토끼 걸리기만 고대하는..
2008-11-27
지도자들이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던 미복잠행(微服潛行)은 평상복인 미복을 입고 몰래 다니는 것이었다. 숙종의 잠행은 특히 유명하다. 어느 날 잠행 중의 임금이 낭랑한 글 읽는 소리를 따라가서 만난 선비에게 벼슬하지 않은 연유를 묻자 선비는 벽의 글을 가리켰다. 吾蛙..
2008-11-26
기생이 늙으면 세 가지가 비고 한가지가 남는다고 말한다. 비는 것은 재산, 육체, 명성이고 남는 것은 이야기. 색 바랜 옛 이야기만이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애상으로 남을 뿐. 미련과 후회 한 점, 죽음 한 점 깃들지 않는 삶이 있을까만.
늙으면 세 가지 슬픔..
2008-11-20
제갈량이 마속을 참한 것도 알고 보면 물 때문이었다. 사마의의 군사들이 군량미, 물 보급로를 끊자 마속은 다급하게 포위망을 뚫으려다 군사를 모두 잃었다. 공명은 눈물을 뿌리며 마속을 베었다.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탄생 순간이었다. 자고로 먹는 물은 중요하..
2008-11-19
벼슬과 재력의 상징인 가마 등급, 그리고 말(馬). 마패에 새겨진 말 숫자로 권세를 가늠했고 숫자만큼 역에서 말을 징발했다고는 하나 1마패, 2마패가 많았다. 몰래 공무수행 나간 어사가 말 무리나 줄줄 끌다간 행렬이 금방 탄로 났을 것 아닌가.
여러 가지 탈것..
2008-11-13
58만8000여명이 일제히 ‘쿵푸’를 치른 수능에 맞춰 12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사회 전체가 시험 치르다’(All of South Korea Is Put to the Test) 제하의 기사로 이죽거렸다. 쿵푸(Kung Fu)의 한자 표기가 工夫, 즉 공부..
2008-11-12
신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신문지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보온기능도 그 하나. 한데서 잠잘 때, 이불 대용으로 써봤다면 익히 효용을 알 것이다. 한 장 덮는 것과 겹겹이 덮는 것은 온도차가 극명하다. 통풍성, 흡습성도 괜찮고, 만약 한 장씩 펴서 신문 24..
2008-11-06
입동이 왔단다. 중국 화북지방에 따른 절기라 우리 계절현상과 편차가 있지만 적설(積雪)과 한월(寒月)의 겨울에 성큼 다가선 것은 사실이다. 겨울 이미지에 맞는 문인화 액자가 깨져 화랑에 맡길까 했더니 누가 만류한다. ‘동천년로 항장곡 매일생한 불매향(桐千年老 恒藏曲..
2008-11-05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게? 백설공주님이요. 그 거울이 왜 왕비에 충성하는 척할까? 당신은 심보가 시커매서 밉상이라고 말해 왕비의 나르시시즘에 태클을 걸든지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앗쌀하게 거시기해불면”거울 본래의 기능에 더 맞지 않을까?..
2008-10-30
청원 문의면 부근 숲길에서 가을에 핀 진달래꽃 한 송이를 만났다. 반가움이랄까, 쓸쓸함이랄까. 누군가가 “바람난 꽃”이라 했다. 모든 것은 제철에 피어야 아름답다.
지금은 철철이 보는 장미지만 전에는 봉숭아나 접시꽃만큼도 대접받지 못했었다. 그저 돌담에 기대 핀..
2008-10-29
바지의 지퍼를 덮는 부분을 영어로 플라이(fly)라 한다. 유어 플라이 이즈 오픈(Your fly is open)은 “남대문 열렸다”는 뜻이다. 지퍼를 확인하라 하려면 와치 유어 플라이(Watch your fly), 또는 이그재민 유어 지퍼(Examine your z..
2008-10-23
“내 이름은 로라, 19살이고 응용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나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매춘을 해야 했습니다. 배가 고팠고, 집세를 내야 했으며, 냉장고를 채워야 했으니까요.”(로라 D 『나의 값비싼 수업료』) 소수를 제외한 모두에게 ‘수업료’ 가 너무 비쌀지라도..
2008-10-22
고자(告子)는, 사람의 본성은 버드나무 같은 것이고 의로움은 그 버드나무로 만든 술잔과 같다고 했다. “먹고 마시고 남녀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 사람의 사람됨은 타고나지 않고 가르치거나 훈련시켜야 가능하다는 고자의 입장을 가장 못마땅히 여긴 인물은?..
2008-10-16
돼지도 종자가 있고 강아지에게 족보가 있다. 하물며 사람이야. 우리처럼 족보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 쌀밥의 끈적임같이 엉기기 좋아하는 집단주의는 문중마다의 종친회를 보면 알 수 있다. 글 쓰는 사람도, 뿌리공원에서 전주최씨를 만나면 뻐근하고 김수로왕 후손을 자처하는 처..
2008-10-15
소주 한 병은 대략 일곱 잔. 둘이 석 잔씩 돌리면 한 잔이 남아 한 병 더 시킨다. 셋이 마시면 두 잔씩 마시고 한 잔만 남으니 한 병 추가. 넷이서 두 잔씩 마시자 다짐해도 한 잔 모자라 다시 한 병. 다섯이서 한 잔씩 마시면 두 잔 남고, 여섯이 마시면 한 잔 달..
2008-10-09
장주의 호접몽 얘기가 좋다. 힘닿으면 문학적 소재로 빚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게다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최초로 논한 것 아닌가. 꿈에서 화들짝 깨어보니 내가 나비다. 아니,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사이버공간에도 나비가 된 사람들이 수없이 산다. 그곳에서 사물 변..
2008-10-08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화병(hwa-byung)’이란 단어를 등재했다는 얘기를 다시 쓰면 신문이 구문이 된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의 견문록에 ‘구경(Kukyong)’이라고 기록했다는 뉴스는 그럭저럭 신문에 실을 만하다. 대전 도심에선 폭파도 ‘구경’이 되어..
2008-10-02
그 날 오후, 난 어릴 적 읽었던 동화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동화에서 왕자님이 빠져버린다면 백설공주는 영원히 잠들어 있었을까? 아니면 독이 든 사과를 뱉고 일어나 번듯한 직장을 구한 뒤에, 정자은행에서 아기를 만들었을까? 어쩌면 (백마 탄 왕자를 끊임없이 찾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