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9-11-26
‘공주가 임신했다’― 귀족적 요소와 성적인 요소를 섞으라는 과제에 학생이 쓴 제목이다. SF(공상과학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하라 했다. ‘별나라 공주가 임신했다’였다. 미스터리의 요소를 더 요구하자 ‘별나라 공주가 임신했다. 누구의 아이일까?’가 나왔다. 종교적인 요소..
2009-11-26
무엇인가를 바꾸고자 하면 반대론자가 있기 마련이다. 한 세대 전 미국의 대학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때의 반대 논리에는 여대생 33.3%가 교수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도 있었다. 당시 전체 여학생은 3명이었고 그 중 1명이 교수와 결혼했다. 그래서 33.3%!..
2009-11-26
‘미덕의 하녀들’― 옛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제정한 상. 성적(性的) 유혹에 꺾이지 않은 여성에게 주는 훈장이었다. 그 기준이 막연하자 그러한 행실이 소문으로라도 알려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성적 유혹과 소문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은 약간 확보됐지만 엄밀성에서는..
2009-11-26
도둑질하기 전에 먼저 그 집에 숨어들어 댓돌 위의 신발을 보라 했다. 신발이 가지런하면 집안 구성원 마음가짐에 흐트러짐이 없으니 들어가봐야 들킨다. 나라 살림도 매일반이다. 기강이 흐트러지면 관리 스스로 갓 쓴 도둑이나 다름없다. 도씨전 속설이 출처(出處)다...
2009-11-26
자기 몸이 벗은 줄 알고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마를 하면서부터 사람에게 선악의 관점이 생겨났다. 성도 다자화했고 가식이 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3만 년 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는 눈이 없다. 시각적 위상을 못 갖춘 예술은 아름답지 않다.
성(性)도 눈[眼]..
2009-11-26
하나가 한 가지 일을 하고 난 다음 그 일을 다시 하고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리고 나서 한 가지 일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하고…. 미국의 전위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동학사 근방의 식당에서 번호표를 받고 1시간 가량..
2009-11-26
구 소련 치하의 인민은 일한 척만 하고, 정부는 배급을 주는 척만 했다. 진정한 주인이 없는 시스템이기에 그들은 몰락했다. 그렇듯이 주인의식 없는 집은 콩가루집안이다. 그 중심의 마누라. 마누라는 집안에 뜨는 해 같은 존재다. 아내(안해)는 ‘안’과 ‘해’가 결합한..
2009-11-26
릴케라는 독일 시인이 사랑은 농사짓기이며 토목공사와 같은 노동이라 했다. 젊어서 콧방귀를 뀌고 말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말이 맞다. 선화는 밖을 얼른거리며 숨어 남 몰래 오지/ 서방 맞아들여놓고 서동의 살집(皮肉)을/ 가쁜 숨 몰아쉬어 누워 뒹굴어 안아 풀 것..
2009-11-26
가야 했는데 가지 못한 비겁함, 가고 싶었던 길을 가지 않은 죄책감, 이 행복에 겨워 보이는 사진들 뒤에 정말 가려져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쓸쓸함, 그런 뉘우침이 아닐까? 그것이 그녀가 굳이 자신과 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는 백해무익하기만 한 사진이라는 형식으로 남겨두..
2009-11-26
따분해진 개미 형제가 코끼리 사냥에 나섰다. 집채만 한 코끼리가 바나나를 따먹고 있었다. 동생 개미는 코끼리 오른 무릎 위에, 형 개미는 목젖 부근에 진을 쳤다. 동생 개미가 말했다. “내가 코끼리 다리를 걸 테니까 형은 목을 졸라!” 며칠 뒤 코끼리 한 마리가 죽어..
2009-11-26
엊그제 2009년 아시아모델상 시상식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그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특별상을 받은 탤런트의 의상이다. 허벅지까지 각선미가 훤한 한복 의상이었다. 너무 단아해서 치마 끝자락을 살근살짝만 들어올려도 섹시함이 흘러내린다고 느껴지던 전통의 옷과는 거리가..
2009-11-26
생리하는 필리핀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욕심을 채운 남편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40대 남성, 대전지역 인기기사’로 포털이 분석하고 있는 기사다. 이불 밑 은밀한 폭력, 부부간 강간죄에 대한 설문은 지금도 계속된다. 환영한다는 사람, 어이없..
2009-11-26
. 문학잡지에 실린 소설 제목이다. 찢어져라 고생하는 갈비집 주인에게 백수 동생이 “형, 변비면 똥구멍이 아파야 되는 거 아냐?”라고 물으면, 형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고 대꾸한다는 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 모든 것은 “노무현 때문”이었다...
2009-11-26
책을 너무나 좋아해 먹어치우는 여우 이야기가 있다. 여우는 책을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소금과 후추를 쳐서 덥석 먹어치운다. 여우는 책을 좋아하지만 아무 책이나 먹지는 않는다. 맛없으면 침만 발라놓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먹지 않고 양념을 쳐서 먹..
2009-11-26
“먼저 로그인을 하시고, 이용해 주세요.” 요구에 따라 로그인을 한다. ‘속개모니’란 단어가 궁금하여 들어가니 뜻이 기발하다. ‘속은 개나 다름없으면서 겉은 부처로 위장되어 있는 사람.’ 이 단어가 오프라인으로 옮겨가 펄프 사전에 실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재미는 있다..
2009-11-26
“향은 향 연기가 되고, 담배는 담배 연기가 된다. 연기가 비록 같지는 않지만 연기인 점은 서로 같다. 사물이 변화하여 연기가 되고 연기가 변화하여 무(無)가 된다. 연기가 나와서는 잠깐 사이에 함께 허무로 돌아가니, 네가 보았던 전각 가운데 향 연기와 담배연기가 지..
2009-11-26
반 년 전, 중도일보 사옥을 이전한 후 논설위원을 괴롭힌 3대 소음이 있다. 둘은 비밀이고, 도로 맞은편 상점에서 들려오는 충격음에 가까운 음악 소리는 나머지 하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자는 심산으로 나만의 방식대로 가사 분석을 마친 노래가 ‘노바디’.
아..
2009-11-26
일상을 벗듯 흘러내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 바로 그 시계를 국회에 걸고 싶은 새해 아침이다. 국회 질서유지권 발동에 놀라고 변화된 국회의원 의상에 놀란다. 감색, 진회색, 검정의 너무나 범용(凡庸)인 정장 가운데 불쑥 현현한 빨간 스웨터와 자주 셔츠의 색상이 놀랍고,..
2009-10-28
청년, 장년, 중년을 거치며 많은 색깔을 지니는 동안, 은행정(銀杏亭)이 있던 으능정이 부근을 변함없이 걷는다. ‘은행동(銀杏洞)’에, 닥쳐올 모진 추위 예감할 은행나무길 하나 없어도 걷는다. 도쿄 이쵸나미키(은행나무길)나 남이섬 은행나무길 호사는 욕심이고, 금산 보..
2009-10-14
조선사람 이덕무는 『맹자』를 팔아 밥 해먹고 유득공에게 휘리릭 달려간다. 자랑을 들은 유득공, 『좌씨전』을 팔아 술 사준다. 하긴, 밤낮 좌씨전 외고 맹자 읽으면 밥 나오나, 술 나오나? 논배미를 놋요강과 바꾼 내 친구 할아버지의 분방호탕한 일화도 여기서 빼면 울고..
2009-09-30
남자의 연관단어는 ‘늑대’, 늑대의 연관단어는 ‘개승냥이’다. 여자에게 엉큼하게 흑심 품은 남자를 ‘늑대’로 부르는 걸 우리 국어사전은 허용한다. 이 흉악·잔인·음흉·교활한 늑대가 몽골에 가면 그 나라 탄생 신화와 섞여 대우가 달라진다. “저 남자 늑대 같다”는 최고..
2009-09-16
관용표현에 ‘말짱도루묵’이 있다. ‘묵’ 맛을 본 선조가 은어(銀魚)라 했다가 나중 먹으니 임진왜란 피란길의 그 맛이 아니라 ‘도루묵’이라 명했다는 고사는 교과서에도 실렸지만 옛 문헌에는 ‘돌목’으로 나와 ‘도로(다시)’와 무관하다. 돌가자미, 돌붕어처럼 거칠고 품질..
2009-09-02
가면무도회에서는 부끄럼 타는 선남선녀들도 스스럼없이 즐긴다. 도깨비탈이라도 쓰면 거칠 것 없이 대담해지는 걸 보라. 멕시코에선 신종플루로 너도나도 마스크를 착용하자 복면강도 검거에 애먹은 일이 실제 있었다. 마스크와 복면의 용처는 다기능이라 할 만큼 많다. 심리적 허..
2009-08-19
JP는 재즈 연주자(재즈 플레이어), DJ는 디스크자키, YS는 정원 앞에서 쓸모없어진 물건을 파는 야드 세일. 그런데 이렇게 쓰면 대부분 3김씨로 이해한다. 알파벳 약칭은 5·16 후 기자들이 젊은 군인들에게 전통 존대도 싫고 막 부르기도 뭣해 고안한 것이 시발인데..
2009-08-05
‘블루스’ 앞에 지명을 붙인 노래는 여기서 다 헤아릴 수 없다. 목포 블루스, 군산 블루스, 대구 블루스, 인천 블루스, 부산 블루스, 서울의 블루스, 종로 블루스, 을지로 블루스, 소공동 블루스 등등 많고 많은 가운데 안정애의 대전 블루스가 줄행랑을 거느린 부잣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