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14-04-27
새끼(명) ①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짐승 ② '자식(子息)'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③ 어떤 사람을 욕하는 말
고등어의 새끼가 고도리다. 숭어 새끼를 모쟁이, 전어 새끼를 전어사리, 가오리 새끼를 간자미라 부른다. 능소니는 곰의 새끼이며 초고니는 매의 새끼..
2014-04-13
어떤 자극이 가해졌을 때의 신체적 방어수단이 스트레스다. 수용하는 자세에 따라 나쁜 스트레스(디스트레스)도 되고 좋은 스트레스(유스트레스)도 된다.
낚시에 걸린 잉어는 잉어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거나 토한다. 스트레스 반응이다. 붕어가 “절대로, 절대로 미끼를 안..
2014-03-30
묘비명 저작의 원고료로 한나라 채옹은 1만금을, 당송팔대가 한유는 한 글자당 '산더미 같은 금(돈)'을 받았다. B씨 시조묘의 비명(碑銘)을 한 푼 안 받고 월인천강지곡 풍으로 지어준 일을 생각하면 약오르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원고료를 받을라치면 벼룩 간을 내먹은 기..
2014-03-16
남자들에게는 오빠 판타지가 있다. 의심나면 입을 똥그랗게 모아 '오빠'라고 불러보라. 옛날에는 버스안내양 판타지가 있었다. 육감적인 미용사에 꽂힌 사춘기 소년이 '미용사 남편'이고 싶은 열망을 중년에 기어이 이루는 영화도 있다. 의 판타지.
원제(Le Mari d..
2014-03-02
어찌 자신을 사랑함이 오동나무와 가래나무를 아끼는 것만 못해서이겠는가? 자신을 생각하지 않음이 심하기 때문이지.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로는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고자 상 제13장 '豈愛身 不若桐梓哉 弗思甚也'을 필자 의역.
'단(달콤한)..
2014-02-16
민속학자 대갈(大渴) 조자용 선생은 참 구성진 이야기꾼이었다. 기생 얘기를 풀어내면 슬쩍 그 기생을 만나고 싶고 계룡산 갑사 공우탑(功牛塔)에 깃든 은혜 갚은 소 이야기에 그 탑에 가고 싶게 한다. 부여 강정마을을 다녀오다 감탕길에 빠진 자동차가 노인이 끄는 황소에 끌..
2014-02-02
중국, 일본, 미국에 '춘절 민심', '오봉(お盆) 민심', '추수감사절 민심' 같은 건 없다. 러시아에 '성 드미트리 토요일 민심'이란 말은 없다. 우리만 요란한 민심의 밥상. 지역별 설 음식에 깃든 문화를 되짚어본다.
'선물에도 혹시 지역정서?' 이번 설 선물세..
2014-01-19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불덩이 같은 이 가슴 엽차 한 잔~' 어쩌고 하는 가수 김추자 노래.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가 하나의 표어였던 1970년대 이후의 다방은 '커피 커뮤니케이션'의 전성기였다. 대강 어딜 가든 전국지와 스포츠신문, 지방신문 하나쯤은..
2014-01-04
굴뚝의 연기를 보고 아궁이의 불을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이 '비량(比量)'이다. 원인(불)이 있어 결과(연기)가 있음을 아는 것. 그런 비량은 가끔 빗나간다. 달에 옥토끼가 산다는 비량은 아폴로 11호 이후 빗나간 추론이다. 숨은 사실 캐기는 어렵다. 자신의 믿음만을 믿..
2013-12-22
플락서노서니힐리필리피케이션(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무가치하게 여기는 일', '경시'의 뜻. 금전을 개똥같이 여기자는 게 아니고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아주 긴 영단어. [flάksənɔ..
2013-12-08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2013-11-24
문화촌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었다. 소위 '문화주택'이 집합된 마을이란 것은 이사한 다음 알았다. 그 문화가 '신식(新式)'을 의미함은 며칠 살아보고 알았다. 문화에는 숨은 뜻이 많다. '문화'의 정의는 170여 가지로 들 수 있다. 젓갈문화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14..
2013-11-10
이번 김치 맛은 색다르다. “사근사근 깊은 맛이 전북 쪽인데?” “맞아요. 맞아!” 내 식감에 감동하는 척 거드는 사람. 웬만한 동네 엄마들은(가끔은 할머니까지) 언니 동생 삼고 마는 아내 덕인지 냉장고에는 늘 70%의 충청도, 20%의 경상도, 10%의 전라도와 기타..
2013-10-27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쌀이야 보리야 콩이야 팥이야 우리 몸엔 우리 껀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김동찬 작사 '신토불이'
논산 출신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는 우루과이라운드 쌀 협상을 전후해 히트한 노래였다. 신토불이(..
2013-10-13
공자 - 아침에 키스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뉴턴 - 키스했던 사람은 계속 키스하려고 한다.
도플러 - 키스는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
키스에 대한 위의 얄미운 정의들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 말씀, 관성의 법칙, 도플러..
2013-09-29
“삼천궁녀를 거느린”의 뜻을 묻는 아이와 쩔쩔매는 아빠의 모습. 작위든 아니든 TV 예능감에 충실한 설정일지 몰라도 왜 쉬쉬하는지, 찬연한 백제를 왜 전설과 설화 수준에 방치하는지. 공주와 부여 일원에서 열리는 제59회 백제문화제 어디선가 재연될 어색한 대화라고 생각하..
2013-09-15
팬암 웃음(Pan Am Smile) : 인위적·가식적으로 웃는 가짜 웃음.
뒤센 웃음(Duchenne Smile) : 즐겁고 환한 표정으로 웃는 진짜 웃음.
추석맞이에 바쁜 백화점 직원의 직업적인 웃음은 '팬암 웃음'일 확률이 높다. 팬아메리칸항공(팬암)은 몰락..
2013-09-01
증오에 차 있고, 모욕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히고 상스럽고 무례하고, 무식한 의견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사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같은 것이다…. 공적인 대화에서 사용하는 모든 말들이 공정하고, 선하고, 옳기만 하다면, 그때야말로 그 사회로부터 도망쳐 나와야 할 때이다. (..
2013-08-18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도 물레방아가 나온다. 그런데 내밀한 욕망의 해방공간이던 우리 물레방앗간과는 용도부터가 다르다. 주인공이 그걸 보며 ‘생의 의미’를 깨닫는 매개체로나 등장하는 것이다.
괴산 산막이길(충청도양반길)에서 만난 물레방아는 '물방앗간 뒷전'..
2013-08-04
“이애 춘향아, 내리려무나. 백사만사가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이도령이 연애할 때 구사한 놀이는 '어부바'였다. 중중모리 장단으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하는 그..
2013-07-21
'國'(나라 국)으로 쓰고 '或'(혹시 혹)으로 읽고,
'국'으로 쓰고 '논다'의 '논'으로 읽고. 왜 그럴까?
어느 모임 뒤풀이 자리. 노교수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섞여 있었다.
“아니, 국회의원들이 '나라 국(國)' 자 보람(배지)을 버젓이 달고 다니는 꼴..
2013-07-07
누구나 노화라는 '계획적 구식화(舊式化)'의 길을 걷는다.
안 늙는 법은 없어도 잘 늙는 법은 있다.
'김현중'이 발신인인 '교류메일'이 도착해 아주 잠깐 한류스타 가수 김현중인가 했다. 열어 보니 얼마 전까지 대전국제교류센터 소장을 지낸 분이었다. 외교관 출신답게..
2013-06-23
‘Video killed the radio star
In my mind and in my car’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여버렸어
내 마음에서도, 차 안에서도)
“귀하는 얼마를 받으면 평생 스마트폰 없이도 살겠습니까?”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전화에만 열중하는 시..
2013-06-09
1시간 뒤.
“서둘러서 금방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시간 뒤.
“현재도 원고와 씨름하고 있는 중입니다.”
스페인의 성가정 성당은 오랜 공사기간으로 유명하다. 10년 목표였던 1886년 시한을 12번 더 넘기고 아직 공사 중이다. 2026년 완공 예정도 그때..
2013-05-24
만만한 상대를 갖고 놀 때 '관광 보냈다, 관광 시킨다'고 한다. 얼마 전 팝아트협동조합이 '우리는 박정희를 관광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예술적 시각으로 소통 수준을 얼마나 높였는지 모르겠으나 '관광'이 압도적으로 패배시킨다는 의미라면 꺼림하다. '관광(觀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