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17-08-16
문재인 대통령이 “거꾸로 보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정말 좋다”고 극찬했다는 지도를 펼쳐든다. 해양수산부 '거꾸로 세계지도'에는 한반도가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꼬리의 혹처럼 안 보이니 우선 속이 후련하다. 콧구멍만한 나라에서 남북으로 쪼개져 안..
2017-07-26
세종시 출범 5주년, 행복도시 착공 10주년이 됐다. 기념식도 치렀다. 사실상 천도인 '신행정수도'가 제안된 지는 15주년이다. 계획도시 세종시로서는 그렇다. 역사로는 연기현이나 금지현(전의)까지만 올라가도 1260년이다. 앞선 삼국시대의 두엉지현(연기지역)과 구지현..
2017-07-12
사전을 들척거리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둘 아니다. '부정(不貞)하다'는 '부부가 서로의 정조를 지키지 아니하다'로 풀이된다. 부정을 이렇게 부부에만 한정한다. 또한 '정숙(貞淑)하다'는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곱다'로 되어 있다. 왜 '여자로서'야?..
2017-06-28
재벌의 자서전이나 성공학을 보면 심심찮게 겹치는 이야기가 '메기론(論)'이다. 수조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기운이 펄펄 난다는 스토리는 아주 귀에 익은 서사 구조다. 메기효과(Catfish effect)는 신경영의 핵심 이론인 양 떠받들어지기도 한다. 배부른 포식자..
2017-06-21
할마, 할빠는 손주를 직접 양육하는 조부모를 일컫는다.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 속에 들어 있다. 2014년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금사빠녀(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 등과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 오른 단어다. 다만 '참고용' 조어이고 표준어는 아니다...
2017-05-03
대선 공약 중 전혀 빛을 보지 못하는 생리대 공약이 있다. 특정 정당, 특정 지역의 '지역 맞춤형 공약'이라 거의 관심 제로(0) 상태이고 알더라도 시큰둥하다. TV 토론회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끄집어낸다면 뭇매를 맞고 원색의 색깔론이 덧칠해질 게 뻔한 이슈다...
2017-03-22
전담 미용사 자매는 대통령 파면 뒤에도 서울 삼성동 자택을 찾아 출장 메이크업을 했다. 늘 하던 화장에 늘 하던 올림머리 주문이니 좀 쉬울 법도 하다. 미용사들은 “짧게 깎아주세요”보다 “멋지게 깎아주세요” 같은 막연한 주문에 힘들어 한다. 미용사가 신속을 놓치면 머..
2017-02-15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깨비 첫눈으로 올게. 대통령으로 올게”라며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를 패러디했다. SBS TV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였다. ‘충남 엑소’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안 지사는 ‘안깨비’라는 ‘관제(?) 별명’으로 불리길 원한다. 아무튼 도깨비가 호..
2017-02-01
반려견과 반려묘가 설 연휴 끝나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개나 고양이도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이렇게 할 건 다하지만 '개 문화'라고는 안 한다. '반려견 문화'라고 한다면 개 아닌 인간이 보이는 사유나 행동양식일 것이다.
문화는 뜻이 많다. 다의적 애매성이라고 쓴..
2017-01-18
시간대를 어중간히 아우르는 표현 습관이 많다. 3~4일이면 사나흘이고 4~5일이면 너댓새, 너더댓새가 된다. 예니레, 일여드레가 반드시 6~7일, 7~8일 아니어도 큰일 안 난다. 하루 남짓은 날포, 한 달 남짓이면 달포다. 시간에 뭔가 에누리나 구부러짐이 있다. 구..
2016-12-28
자신의 이름이 형용사가 된 사람들이 있다. '마키아벨리안(Machiavellian)'은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 이름을 따서 '권모술수에 능한'이 된다.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9473명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보고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즘을 말한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스러..
2016-11-30
12시는 마법으로 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밤 12시는 애매한 시간이다. 휴대폰 알람 설정할 때 오전인지 오후인지 몰라 11시 59분으로 맞춘다. 자정 1초라도 지나면 12 a.m.(오전)이고 정오 1초라도 지나면 12 p.m.(오후), 이렇게 외워봐도 닥..
2016-11-16
기-승-전-최순실·박근혜가 된 대한민국이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도 중대 변수다. 노암 촘스키 교수는 프렌들리 파시즘, 상냥한 파시즘을 경계하고 있다. 유사 파시즘 대책을 짜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우리는 트럼프를 정치·경제만이 아닌 문화적..
2014-10-12
Let‘s just call it even.
(비긴 셈치자.)
Let us suppose that we lost it.
(잃어버린 셈치자.)
천안삼거리, 신정네거리, 논산오거리 등으로 거리까지 분간하니 숫자 관념이 무디지 않다고 한다. 주당들이 '꽃가지 꺾어 잔 수..
2014-09-28
부여 군수리 출토 유물 사진을 신문에 쓰려고 국립부여박물관에 연락했더니 “담당자가 출장 중이고 월요일쯤 나온다”고 했다. 그 말에 전화를 끊었으면 집에 있는 비데 사진 두 장이 실렸을지 모른다. 여담이지만, 부여박물관은 담당자-업무대행자-유사업무 담당자의 업무 처리..
2014-09-14
물질적 풍요와 마음의 풍요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 문화경제학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빵' 문제를 둘러싼 학문이다. 어느 쪽이든 사회를 통해 빵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 거대한 빵 공동체인 세상에서 그 빵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처음부터 끼지 못한 사람도 있다. 게임의..
2014-08-29
TV에도 나왔던 이야기다. 셋 중 어느 우주선이 앞일까요? 서양인은 맨 위 작은 비행체를 앞쪽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관찰자' 시선에서는 멀리 떨어진 사물이 앞이다. '대상' 중심인 우리는 주로 큰 비행체 쪽을 앞쪽이라 할 확률이 많다. 보는 방향, 생각하는 입장의..
2014-08-17
서대전시민광장 귀퉁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의 맞불 성격인 예배를 보고 있다. 뒤로는 교황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온 국민의 잔치 분위기 속에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는 광복절 그 시간이었다. 신앙인의 기본을 잃은 처사로 보였다. 종교..
2014-08-03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을 마지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LOVE=2□+2△+2●+2∨+8<
주말 이틀간 혹독하게 복통을 앓았다. 몽롱한 머리로 아인슈타인 박..
2014-07-20
“생각 좀 합시다.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 사활(死活)이란 게 항상 어렵소. 그래서 죽고 사는 문제로 싸움이 발생하지. 죽을지 살지 한번 봅시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안길강(허목수 역)의 대사.
중도일보 충남총괄본부 개소식에서 '문화토크' 코너에..
2014-07-06
경인선을 처음 탄 독립신문 기자의 기차 시승기는 문화충격 그것이었다.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달리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1899년이었다.
독립신문 기자보..
2014-06-22
바둑에서 행마(行馬)는 영어로도 행마, 'Haengma'다. 세력(Influence), 악수(Bad move), 팻감(KO threat), 집(territory), 맥(Key point), 호구(Tiger's mouth) 등은 모두 영어로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력..
2014-06-08
부모 자식 : 서랍 속의 난감한 편지, 봉합조차 뜯긴 세금계산서, 벌거벗은 육필 엽서,…엎질러진 약병, 완벽하지 못한 타인, 나는 당신의 내부의 내부…. -김소연 『마음사전』
이번에 세계 1위의 갑부 연예인으로 등극한 미국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는 우리 나이로 환갑..
2014-05-25
말을 서로 주고받으면 '담(談)', 듣거나 말거나 떠들면 '설(說)', 상대를 달래기까지 하면 '세(說)'. 가장 나중 것이 유세다. 민심을 잘 '달래면' 유세차량 100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생이나 남사당패는 생계를 위해 춤을 춘다. 주말 밤 아줌마 팬들 틈..
2014-05-11
백진원의 『올라, 브라질』. '조금 과장해서 만 평'은 될 러브호텔, 아파트값 4배인 묘지 등 깨알 재미가 섞여 있다. 토요일 오후 나절, 한밭도서관 브라질 월드컵 코너(사진)의 책 30권을 작심하고 읽은 것은 이 책이 준 첫 인상, 초두효과 때문이다. 특파원의 책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