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책 A(58)씨 등 일당 8명은 충북 청주 모텔을 통재로 빌려 송유관 기름을 훔치기 위해 지하 땅굴을 파내다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사진은 범행 당시 일당이 모텔 지하에 만든 땅굴.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기름을 훔치기 위해 모텔을 통째로 빌려 지하 송유관까지 땅굴을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9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류 절도단 8명을 붙잡고, 이중 총책 A(58)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이들은 2023년 1월 1일께 충북 청주의 한 모텔을 통째로 빌린 뒤 지하실 벽면을 뚫고 삽과 곡괭이 등으로 1개월여간 10ｍ가량의 땅굴을 파고 들어가 기름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 A씨는 2022년 5월부터 석유 관련 일을 하다 알게 된 지인들을 대상으로 공범을 모집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자금책 2명과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땅굴 파기 작업자 등을 모집한 후 이들과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송유관 매설지점을 탐측, 땅굴 설계도면 작성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기술자 B(65)씨는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동종 전과로 지난해 5월 B씨가 교도소에서 출소하자 곧바로 범행 모의를 시작했고 10월부터 실행에 옮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0월 송유관과 50ｍ가량 떨어진 충북 옥천의 한 주유소를 임대한 후 1ｍ 정도 굴착을 시도했으나 땅굴에 물이 차자 작업을 중단했다.

일당이 파낸 땅굴 안쪽 모습. (사진= 대전경찰청 제공)

이후 충북 청주의 한 모텔을 2차 범행 장소로 정하고 통째로 임대했다. 이 모텔은 송유관과는 불과 10ｍ 거리였다. 이들은 "모텔 영업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말로 모텔 주인을 속이고 장기간 임대했고, 이곳에서 먹고 자며 송유관까지 가로 81㎝, 세로 78㎝의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땅굴을 팠다.

한 달간 땅을 파내며 송유관을 덮고 있던 30㎝ 모래까지 파고 들었으나, 경찰에 적발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국정원을 통해 사건 제보를 접수한 대전경찰청은 3월 3일 현장을 급습해 당시 땅굴을 파고 있던 3명과 총책 A씨 등 7명을 검거했다. 4월에는 나머지 자금책 1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은 훔친 기름을 옥천 주유소로 옮겨 판매할 계획이었으며, 자금 투자 규모와 역할에 따라 ℓ당 400∼500원의 수익금을 나누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이 파낸 땅굴 위치는 국도 바로 아래, 지면과의 거리는 3ｍ에 불과했다. 이 지점은 하루 평균 차량 6만 6000대가 오가는 4차선 국도 바로 옆으로 땅굴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붕괴 위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계 기관에 통보해 범행 장소를 원상 복구한 상태다.

 

김재춘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송유관 유류 절도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폭발, 화재는 물론 환경 훼손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송유관 관련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