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서울 거리에서 핼러윈의 악몽… 우회·분산 안전관리 부실 '치명적'
2022-10-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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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핼러윈을 앞두고 갖가지 분장으로 치장한 젊은이들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거리는 축제의 절정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다. 오후 10시 21분께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번화가로 이어지는 비좁은 경사로는 비켜 지나갈 수도 돌아 나올 수도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로 붐볐고 곧이어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256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 현장에 인파를 분산하고 안전을 유도할 관리자가 없어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월 29일 오후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30일 오후 5시 기준 20대 여성 3명 등 대전시민 총 4명이 사망하고 20대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충남에서도 20대 여성 3명이 숨지고 20대 남성 1명이 실종 상태이다. 세종에서는 실종신고 총 9명 중 전원(9명) 생존을 확인했고, 충북에서는 아직까지 실종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인해 총 153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당초 발표(82명)보다 늘어 103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인명피해로 관측되고 있다.
이태원에서 사고가 난 도로는 폭 4m 내외로 5~6명이 간신히 지날 정도인데,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세계음식거리로 향하는 사람과 지하철역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들이 마주하는 길목이었다.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길이는 45m에 불과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경사진 골목에 뒤엉켰고, 우회를 안내하거나 통행을 통제하는 안전관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에 가던 몇 명이 넘어지자 뒤에서 떠밀려 또 다른 사람이 쓰러지고 연속해서 위에 또 위에 포개지면서 5~6겹으로 덮이고 말았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와 구조인력을 사고 현장에 집중시켰으나 바닥에 깔린 피해자들을 밖으로 구출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소방 구조대가 매몰된 사람의 손을 붙잡아 당겨도 구출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에 너무 많은 사람이 끼어있었다.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피해자들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길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많은 이들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참사에 전 국민이 구조과정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전화기를 들어 자녀에게 안부를 묻고 문자메시지를 남기며 답장을 기다리는 부모도 적지 않았다. 대전에서도 30일 오전 0시 53분께 자신의 딸이 이태원에 갔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소방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실종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대전에 남은 친구에게 "여기 사람 너무 많아, 못 움직여"라고 위험한 상황을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지금은 정작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했다. 충남에서도 오전 3시 8분께 119신고를 통해 아들이 핼러윈 축제에 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을 알렸고, 세종에서도 늦은 오후까지 아이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려는 부모의 문의가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찰은 희생자에 대한 신원확인을 서둘러 유족들에게 개별 통보하고 있어 희생자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마스크 규제가 완화되고 3년만에 재개된 핼러윈에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경찰 배치인력은 오히려 종전보다 줄었거나 지자체 대응은 느슨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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