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에 갇힌 가족·물에 빠진 운전자 '시민이 구했다'

화염에 갇힌 가족·물에 빠진 운전자 '시민이 구했다'

2022-09-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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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전 유성구 복용동의 중고차매매소 관리동에서 화재에 갇힌 가족을 굴삭기를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사진=독자 송영훈씨 제공)
"사다리 가져올 시간조차 부족했어요, 마침 가까이 있던 굴착기로 2층에 갇힌 아이와 엄마를 가까스로 받았죠."

24일 오후 2시께 대전 유성 복용동 중고차매매 관리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두 살배기 아이를 안은 여성을 구조한 노재동(41·SGC이테크건설 과장)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중도일보에 전했다.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를 감독하던 중 옆 건물에서 화재 발생을 보고받고 달려간 노 씨는 1층 상가에서 치솟는 붉은 화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차량 광택 작업을 하는 매장에서 발생한 불은 내부에 있던 인화 물질을 태우며 거센 불길과 새까만 유독가스를 내뿜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건설현장 협력업체 직원이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를 사용해 조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번지는 불길을 막을 수 없었다. 1층 화재현장에 작업자들은 모두 대피했고, 차량 2대가 불타는 상황에서 2층에 사람이 있다는 다급한 외침이 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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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화재현장에서 화염에 갇힌 가족을 구조한 노재동씨.  (사진=노재동씨 제공)
노 씨는 "검은 연기가 올라가는 바로 위층에 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창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보였어요. 1층에 내려오는 계단에도 불이 붙어 자력으로 대피할 수는 없어 보였죠"라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은 이미 신고돼 소방과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하기 전이었고, 연기는 건물 전체를 감싸듯 뒤덮고 있었다.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사다리를 찾아 구조를 나서려던 노 씨는 굴착기를 동원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사에게 굴착기를 가져오도록 지시하고, 노 씨는 1층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켜 작업공간을 확보했다. 굴착기의 버켓을 뒤집어 사람이 올라탈 수 있도록 하고, 2층 창문으로 버켓을 들어 올렸다. 2살 남아를 먼저 버켓에 앉힌 뒤 여성도 베란다를 넘어 버켓에 올라타 1층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앞서 22일에는 대전 중구 뿌리공원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유등천에 추락해 물에 빠진 운전자를 시민이 구조했다. 주행 연습 중 후진하던 중 운전 미숙으로 주차선을 넘어 하천으로 고꾸라졌고, 수심 2.5m 하천 중심까지 떠내려갔다. 40대 여성 운전자는 다행히 운전석 밖으로 빠져나왔으나, 물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때 한 시민이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해당 여성을 물 밖으로 구조했고, 또 다른 시민은 구명환을 던져 구조를 도왔다. 하천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한 남성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고, 대전소방본부에도 익명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병안·김지윤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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