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을 걷다] 장인정신 잇는 '중촌동 맞춤옷거리'
2021-10-14 15:11
대전의 진짜 멋쟁이들이 모여있는 곳, 어디일까?
번화가 둔산동, 옷가게 즐비한 은행동도 아니다
|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옷거리. |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인 중촌동 맞춤옷 거리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화려한 옷을 구경할 수 있다. 맞춤옷 거리는 1960년대 후반 한 아주머니가 직물을 팔면서 시작됐다. 비가 오거나 몸이 아프면 집 안 툇마루에 널어 놓고 팔았는데 그 직물로 사람들이 옷을 만들면서 맞춤옷 거리가 생겨났다.
그 시절에는 엄마가 옷을 직접 해주는 경우가 많아 바느질집과 직물점도 하나 둘 생기게 돼 100개 이상의 작은 가게가 생겨났다. 기성복이 나오면서 가게가 40개로 줄어들었지만 가게의 자가 비율이 높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
중촌동 맞춤옷거리의 한 의상실 내부 |
맞춤옷 거리는 젊은 시절 이 곳에서 터를 잡아 예순이 넘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인들의 집합소다. 하지만 패스트패션이 유행하고, 젊고 트랜디한 디자인에 장인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침을 겪자,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맞춤옷을 이을 사람이 없어지자 장인들은 후진양성에 나섰다. 맞춤옷거리는 4년 전 국토부에서 선정하는 도시재생선도지역에 선정돼 장인과 청년이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가 내년 상반기에 생기고 도로 등도 정비될 예정이다. 청년들과 협력해 라이브 커머스, 스마트 스토어 등도 계획돼있으며 대덕대학교 모델학과와 대덕대 시니어모델과 맨 처음 업무협력을 맺고 ICC와 호텔에서 콜렉션을 열기도 했다.
|
바르지음은 지난 2일 중촌동에서 고전동화를 재해석한 컨셉 의상을 빌려주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
청년의 디자인과 장인의 기술력이 만난 패션브랜드인 '바르지음'도 바로 맞춤옷거리에서 태생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1인 주식회사로 성장한 바르지음은 독특한 컨셉의 의상을 제작중이다. 바르지음을 운영하는 김희은(27)씨는 지난 2019년 맞춤옷거리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김옥희씨와 만나 동화를 컨셉으로 한 동영상, 발레와 콜라보한 영상, 길거리 패션쇼 등 독특한 컨셉을 가진 의상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작년엔 창작 콘테스트로 청년들을 모집해 브랜드를 만들었고 올해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브랜드 메이킹 교육을 실시한다. 김 대표는 "서울 창신동 의류공장은 옷을 만들 때 주머니, 벨트 등 세분화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옷 전체를 만들 수 없다"면서 "이 곳에선 한 사람이 모든 착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거리를 방문한 A씨는 "옷을 리폼하기 위해 원단 가게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