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한 팀의 레전드가 된다는 것
2019-06-23 12:13
U-20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이지솔과 김세윤은 대전 복귀 환영 행사에서 대전의 레전드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대전 출신 국가대표 황인범도 "대전의 레전드로 기억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로팀에서 한 팀의 레전드가 된다는 것은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선수들에게는 매우 영광스런 일이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레전드로 인정받을 순 없다.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희생을 하는 선수, 개인의 영광보다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뛰는 선수가 팬들에게 인정받고 레전드로 불릴 수 있다.
대전시티즌은 창단 지난 2017년 창단 20주년을 맞아 포지션 별 레전드 베스트 11을 발표했다. 현재는 팀을 떠났지만, 대전 레전드들 대부분은 현직 축구계에 남아 있다. 대전의 수호천황 최은성은 대전팬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레전드다. 대전시티즌 창단 멤버로 15년을 한 팀에서만 활약했으며 대전에서 400경기, 프로통산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대전시티즌은 최은성이 팀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 경기장 남쪽에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팀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선수에 대한 최고의 예우다. 최은성이 대전과의 갈등으로 팀을 떠날 무렵 팬들은 '최은성이 대전이고 대전이 최은성이다'라는 문구를 내결며 대전의 맏형 최은성을 끝까지 지지했다.
대전시티즌 대표 레전드가 최은성이라면 한화이글스에는 송진우 코치가 있다. 송진우 역시 프로의 시작과 끝을 한 팀에서 보낸 원 클럽 맨 이다. 송진우가 세운 기록은 한화이글스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봐도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3,000이닝, 200승 100세이브 3점대 방어율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기록이다. 송진우는 최고령 투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4월 26일 잠실에서 두산과의 경기에 만 43세의 나이로 출전했다. 최고령 홀드, 최고령 구원승, 최고령 선발승, 최고령 완투승, 최고령 노히트노런 모두 송진우가 보유한 기록이다.
송진우의 전설은 은퇴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1년 한화이글스 2군 투수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송 코치는 방어율 최하위였던 한화의 투수들을 조련해 리그 2위로 격상시켰다. 2018시즌 한화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방어율을 4.28로 끌어올린 송 코치의 노력이 주요했다. 송 코치는 투수들에 대한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2018시즌 '올해의 코치상'을 수상했다. 한화이글스는 송 코치의 업적을 기려 그의 등번호 2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공교롭게 대전의 전설 최은성과 같은 21번이다.
대전 축구와 야구계를 대표하는 두 전설은 여전히 필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비록 선수가 아닌 코치 신분이지만 이들이 남긴 기록은 팬들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다. 한 팀의 레전드 그것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 아닌 팬들과 함께 나누는 '위대한 유산'이다.
금상진 기자 jod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