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뒤로,, 대전 마지막 철도건널목 작별하던 날
2015-05-06 17:29
신흥건널목 철로안전원들이 건널목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안내 멘트를 전달하고 있다. 건널목 빛바랜 안내판에는 건널목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안녕하세요’ 등굣길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건네던 아가씨들, 수고 많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어르신들 신흥건널목에서 매일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1904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시작된 신흥건널목이 지난 5월1일 자정을 기점으로 폐쇄됐다. 앞서 2013년 폐쇄된 성남건널목, 지난해 폐쇄된 판암건널목, 지난달 15일 대전건널목에 이어 대전의 마지막 철도건널목이 폐쇄된 것이다.
건널목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안전원들도 이날을 마지막으로 직장을 떠나게 됐다. 24시간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왔던 이들의 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건널목 폐쇄를 위해 세워둔 구조물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노란색 우산 하나가 놓여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려 놨어요 오늘 아니면 못 찾아가니까’
3년째 신흥건널목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김준희(62) 안전원은 “근무서면서 추억거리를 말하지만 한도 끝도 없다”며 “이따금 어르신들이 수고한다며 떡이나 음료를 주셨던 기억이 가장 그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재(63) 안전원 역시 마지막 근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야간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시비를 걸고 사고 위기까지 가는 일도 빈번했다”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일을 마무리하게 된 것에 대해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때는 수 천 명이 오고갔던 신흥건널목이었다. 시가지가 역전을 기점으로 형성되던 5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신흥건널목은 대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던 철도건널목이었다. 기자가 찾은 날은 주민들보다 건널목을 통과하는 기차들이 더 많았다. 신흥동 일대가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게 됐고 건널목을 지나는 이용객도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이다.
안전원들이 생활하던 컨테이너 초소도 살림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주·야간 3교대 근무를 섰던 안전원들이 이날은 모두 남아 일손을 돕고 있었다. “끝나고 음료수 파티나 하려고요 오늘 이후로는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 없잖아요” 마지막 근무를 앞두고 있던 안전원들의 소감은 한결 같았다. 동료들과의 헤어짐이 아쉽기는 하지만 매일 얼굴 마주치던 주민들과의 이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마칠 무렵 한 안전원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집으로 가지만 추억은 이곳에 영원히 묻어두고 갑니다. 인사를 전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기록물로 남겨주세요”
뉴미디어부 금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