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와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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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와 정치인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 승인 2024-11-04 15:5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안필용
안필용 원장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정치의 길을 선택했고,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국정 운영의 혼란, 민생의 붕괴, 외교적 실수, 김건희 스캔들, 명태균 파일 등 최근에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기저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정치를 선택했고, 그에게 정치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정치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있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정치적 혼란, 정치인을 둘러싼 사건·사고를 접하면 과연 정치는 무엇이고, 정치인은 어떤 존재인지 묻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대답하기가 여간 곤란합니다. 그 이유는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고, 정치는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정의하는 방식에서 지향점만을 놓고 보면 몇 가지 단계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치를 권력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흔히 오해하는 정치의 규정입니다. 오로지 권력을 추구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방법은 무시되는 형태입니다. 각종 협잡과 비열함이 난무하는 정치 세계로서 대체로 정치가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방식입니다. 정치는 곧 권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권력 그 자체로서 정치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정치를 제도로 보는 방법입니다. 사회적 가치, 신념 등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정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 등과 같은 말로 정치 교과서에 표현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만들고, 각종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목표가 되는 것이죠. 이런 방식의 정치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방식으로 접근됩니다.

세 번째는 정치를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는 것입니다. 정치는 철학의 영역의 인도를 받으며, 가치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됩니다. 목표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정치인들에게는 높은 신념이 요구되는 방식입니다. 국가의 발전은 기술적 진보, 경제력의 상승 등과 같은 물질적 진보와 함께 자유와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수렴해가는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정치의 지향을 놓고 분류한 세 가지 방식을 정치인에게 적용해보면 현실정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지향점에 있는 정치인은 현실에서 가장 많이 보여지는 모습입니다. 대체로 왜 정치를 하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합니다.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사회적 가치, 공적 의무 등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하는 위선적 대답이 주를 이루고, 솔직히 권력을 쟁취하고 출세를 위해 정치한다고 하면 솔직한 편입니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이 이 부류에 속할 것입니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력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념이나 의무를 가볍게 여겨집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는 이 부류가 아니야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대체로 '사'자 들어가는 직업에 있다가 정치에 나온 사람들, 즉 정치가 아니어도 살아가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지향점의 정치인은 과거 학생운동 또는 사회진보운동의 영역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드물게 변호사 등의 직업에서 한계를 느껴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온 과거의 경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사회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진취적 목표보다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보수적 목표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세 번째 지향을 갖는 정치인은 불안과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국가를 진보시키기 위해 본인의 삶은 불안과 모험 속에 몰아넣고 오로지 공적 목표를 위해서는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확고한 정치적 신념이 있고, 현실적 한계에 좌절하며 도덕적 비애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실 정치에 나타나기 어렵지만, 아주 가끔 이런 정치인이 나타나면 국민들은 열광과 환호를 보냅니다.

첫 번째 경우를 제외한다면 두 번째 영역에 속한 정치인은 원래 세 번째 지향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한계에 좌절해 신념마저 흔들려 버린 경우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세 가지 지향점이 혼재된 채로 정치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이 정치를 논하고, 정치인을 바라볼 때 정치와 정치인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현실에서 좌절하는 도덕적 비애감에 빠져 있는 정치인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정치는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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