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한국 문화예술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적이라는 점은 공통적일 것 같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던 놀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오징어 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은 어릴 적 우리의 전통적 놀이였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한국 사회의 삶을,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주제로 삼고 있다. 우리의 지역적 이야기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의 지역에서의 삶이 정보매체의 힘을 통해 바로 세계인과 공유되는 시대다.
한국적인 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축제가 그렇다. 안동 국제 하회탈춤 축제,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원주 치악산 고구마 축제의 '고구마 길게 깍기 대회', 연천 구석기 축제의 '고인돌 옮기기 체험' 같은 지역축제가 Z세대의 웃음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노잼도시로 유명한 대전은 빵지순례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맛있는 빵만 먹을 수 있다면 먼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닌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을 찾아 그곳에서만 파는 빵을 사 먹는 것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이 개인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 누구나 가보는 유명 관광지는 한 번으로 족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아드리아 해변의 작은 도시를 다녀왔다. 7년 전에 갔을 때는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나도 가봤다는 의식이 함께 하면서 말이다. 다시 찾은 그곳은 인구 규모가 작은 도시였다. 그곳도 인구가 감소한다고 하니 우리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지만,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은 많은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있었다. 이국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작지만 인심 좋은 레스토랑은 재방문의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문사회과학에서 중요하게 대두된 개념이 있었다. '글로컬(glocal)'이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개념이었다. 세계화 과정 속에서 역설적으로 지방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첨단기술과 교통 및 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특성이 세계 경쟁력 확보의 초석임을 강조한다. 국가중심적 발전보다는 지역중심적 발전이 국가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국가나 중앙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방은 단순히 따라가는 구조 하에서는 지역의 발전도 없고, 국가의 발전도 없다는 개념이다.
지역이 바로 세계와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이 없다면, 국가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의 특성이 세계와 직접 소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율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새로운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 해의 신조어가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묻어 있는 동네다움이 세계의 경쟁력이고, 국가 경제발전의 초석이다. 지역을 힙(hip)하게 만드는 로컬힙 전략,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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