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성호텔 매각' 온천관광특구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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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성호텔 매각' 온천관광특구 저무나

  • 승인 2022-12-08 17:55
  • 신문게재 2022-12-09 19면
대전 유성호텔이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1915년 문을 연후 107년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지역의 대표적인 호텔이기에 시민들의 아쉬움은 크다. 유성지역 대형호텔들이 잇따라 문을 닫은 터라 유성호텔의 매각은 시기가 문제이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1960~1970년대 국내 온천관광의 상징이자 신혼여행 성지였던 유성호텔은 시설 노후화와 경쟁력 한계 등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 매각 배경으로 전해진다.

유성호텔은 매각 계약에 따라 2024년 3월까지 운영하고, 호텔과 상업시설·주거시설이 혼합된 주상복합 건물로 변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호텔 부지의 경우 20% 정도는 온천 관련 시설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2018년 매각된 호텔리베라 유성에 이어 유성호텔은 주거시설이 주가 되는 주상복합 건물로 바뀌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유성호텔은 매각 후 직원 고용승계 등 노사 협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유성호텔 숙박 후기는 가성비 등 긍정적인 평이 많다. 젊은 층 투숙객들이 놀라는 것은 100여 년의 유성호텔 역사다. 일제강점기 '공주 갑부' 김갑순이 건물을 세웠다는 유성호텔은 해방 후 당대의 정객들이 자주 이용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승만 박사와 프란체스카 여사가 함께 머물렀고, 신익희·조병옥·장면·김종필 등 정치인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유성호텔이 품은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이다.

유성온천 지역은 1994년 경주, 제주, 설악산, 해운대와 함께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돼 옛 전성기 부활을 시도했으나 전환점을 끝내 마련하지 못했다. 관광 수요 감소는 상권 위축을 불러왔고, 호텔 도미노 폐업까지 이르게 됐다.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지만 문화·관광 자원이 빈약한 대전지역에서 유성호텔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전시와 유성구는 이번 기회에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심도 있는 고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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