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이 유아 무상교육 필요성을 들며 제도 마련을 지시한 지 이틀 만에 해당 조례를 상정·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원 초부터 이어진 집행부 지원 행보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비판 속에 민경배 복지환경위원장(중구3·국민의힘)은 "내년도 본예산 반영을 위해 조례 통과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22일 운영위원장인 송활섭 의원(대덕2·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대전광역시 유아 교육비 지원 조례안'를 수정·가결했다. 앞서 '대전시교육청 유아 교육비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킨 교육위원회와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애초 복지환경위원회도 의회 차원의 정책 기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조례를 부결까진 아니더라도 보류시킬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앞서 대전교육청이 재검토를 요청했고 교육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는 만큼 굳이 정치적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이 20일 주간 업무 회의에서 유아 무상교육 관련 제도 마련을 지시한 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복지환경위원회는 이 시장의 지시 이틀 뒤인 22일 유아 교육비 조례를 상정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선 행정사무감사 채택의 건만 처리할 예정이었다.
이렇다 보니 복지환경위원회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장우 시장의 제도 마련 지시 뒤 조례 상정, 그리고 통과까지 과정이 너무나 신속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 표결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금선 의원을 제외한 4명의 국민의힘 의원(민경배·박종선·황경아·안경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장 전교조 대전지부는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시장의 제2비서실이냐"는 논평을 통해 비판을 가했고, 시의회 내부에서도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모 시의원은 "이장우 시장이 지시한 뒤 조례가 곧바로 처리된 건 사실 아니냐"며 "교육위원회와 엇갈린 선택을 한 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전시의회 민경배 복지환경위원장(중구3·국민의힘). |
민경배 위원장은 "(조례안 상정과 통과에 대해)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고 여러 비판을 받을 것도 예상했었다"며 "그러나 유아 교육비 지원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일단 내년도 본예산 반영을 위해 조례를 상정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위원회와 다른 결정이 나왔지만, 의회 운영에 있어 상임위원회별로 입장과 소신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며 "현재 우려되는 부분은 향후 심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다. 앞으로 (시의 추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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