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전교육청 '대전 유아 교육비 지원' 놓고 엇박자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시 소관 조례 통과
시 자체적으로 5만원씩 지급시 177억 추산
시, 무상교육 실현, 유아 교육 활성화 필요
교육청 "지자체 추진 어려움" 재검토 요청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인 송활섭 의원(대덕2·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대전광역시 유아 교육비 지원 조례안'.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이 '유아 교육비 지원'을 놓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양 기관의 지원 근거를 마련한 소관 조례에서부터 엇갈린다.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인 송활섭 의원(대덕2·국민의힘)은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의 유아 교육비 지원 근거를 담은 조례를 각각 발의했다. 시 소관은 복지환경위원회, 교육청 소관은 교육위원회로 넘어갔다.

앞서 교육위원회는 해당 조례를 부결시켰다.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논의를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재논의가 필요하단 이유에서였다. 대전교육청도 조례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상되고, 지자체 단독 추진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교육위원회가 조례를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복지환경위원회도 부결 또는 보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이 유아 무상교육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 차원의 제도 마련을 지시한 뒤 상황은 반전됐다. 복지환경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 채택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던 22일 정례회에 해당 조례를 상정했다.

교육위원회가 해당 조례를 부결시켰고, 정확한 예산 규모나 지급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제기됐으나, 복지환경위원회는 찬성 4표(민경배·박종선·황경아·안경자), 반대 1표(이금선)로 조례를 가결시켰다. 시는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선 근거가 되는 해당 조례가 이번 회기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문용 청년가족국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년도 본예산 반영을 위해 해당 조례 통과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일단 지역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만3~5세 2만 9000여 명을 근거로 했을 때 연간 5만 원씩 지원하면 177억, 10만 원씩 지원하면 354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급 방식이나 절차 등에 대해선 "명확하게 세부적인 절차는 아직 준비 중"이라며 "현금지원 또는 카드, 아니면 계좌 이체라든지 다양한 수단을 검토해서 다시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조례가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 차원의 유아 교육비 지원이 가능해지지만, 재정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교육청 지원 근거를 담은 조례가 통과되지 않아 시 단독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교육청은 물론 교육위원회와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예산 분담을 이루겠단 목표다.

그러나 교육청과 일부 교육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논의를 지켜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유아 교육비가 사실상 사립유치원 지원으로 쏠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시 교육청 황현태 교육국장은 교육위원회 정례회에 출석해 "조례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등 지자체에서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도 성명을 통해 "국공립유치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상교육을 사립유치원까지 확대하려면,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50% 이상 돼야 한다"며 "대전처럼 취원율이 19%에 머무르고, 충원률마저 72%에 그치는 현실에서 사립유치원에 지원하게 되면 유아교육 공공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송익준·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