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적십자사에 설치돼 있는 화상상봉장 (사진=김지윤 기자) |
대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선(101)씨는 명절을 앞두고 북녘에 있을 가족 생각에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김 씨는 황해도에서 3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나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피난 행렬에 올랐다. 전쟁이 끝나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벌써 72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리움을 가슴에 켜켜이 쌓아왔다. 가족을 찾아주십사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며 관계 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이었다.
김 씨는 사진 한 장 없이 어머니와 형제의 얼굴조차 잊을까, 내가 없을 때 후손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고향 모습과 가족들 특징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가며 마른 숨을 지키는 중이다.
남북의 민족명절 설날이 다가왔지만, 이산가족들은 북녘에 있는 가족과의 교류조차 어려운 현실을 올해도 감내하고 있다. 26일 대전세종적십자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충청권 실향민은 4159명에 달한다. 그러나 2016년 이후 5년 사이 1351명이 감소했다. 다수 이산가족 1세대들이 반백년 이상의 시간을 버텼지만, 결국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다.
특히, 대전세종적십자사는 '화상상봉장'을 설치해 북에 있는 가족을 화면으로라도 만날 여건은 마련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이산가족을 모시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의 정치적 교류 불발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2007년 3차례 화상상봉을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족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적십자사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가족은 찾았는지 형제와 통화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묻는 이산가족들이 많지만 쉽게 연결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산가족은 가족의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정부의 뚜렷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정석 이북도민회대전연합 회장은 "명절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기대감을 안겨 줬지만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잠시 만나는 단일성 상봉은 이산가족에게 어쩌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벤트 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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