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고려청자 굽던 대규모 가마터 확인

  • 전국
  • 광주/호남

해남서 고려청자 굽던 대규모 가마터 확인

진산리 청자요지 발굴조사
10·20m 내외 토축요 발견
폐기장 다양한 도자기 확인
해저출수 유물 출처 단서로
세계유산등재 속도 붙을 듯

  • 승인 2021-11-18 15:34
  • 신문게재 2021-11-19 5면
  • 이창식 기자이창식 기자
17-해남 진산리 청자요지 발굴조사 현장설명회 (3)
명현관 해남군수가 지난 17일 사적 제310호 산이면 진산리 청자요지 발굴조사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군이 지난 17일 사적 제310호 산이면 진산리 청자요지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는 산이면 초송리 남쪽에서 진산리까지 장장 6㎞에 걸친 해안선을 따라 120여 곳의 가마터가 밀집해 있어 우리나라 최대 청자 생산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래전에 낮은 야산이었기 때문에 삼림이 풍부했으며 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남만을 통해 활발한 해상교통로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83년 완도 어두리 앞바다에서 출토된 3만여점의 청자류가 이곳 생산품으로 밝혀져 청자의 생산지와 유통과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해남군은 유적의 명확한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지난 8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 청자와 도기를 대량 생산한 가마 3기와 폐기장 3기, 토취장(土取場 가마 또는 도자기 제작을 위해 흙을 채취하는 장소) 등을 확인했다.

가마는 10m 내외의 소규모 토축요(土築窯 진흙으로 만든 가마)와 20m 내외의 중형 토축요가 발견됐다. 주변 폐기장은 모두 1m 이상 두터운 퇴적을 형성하고 있다. 폐기장에서는 청자와 흑자, 도기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가 확인되고 있어 오랜 기간 도자기를 생산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강진 사당리 유형의 양질청자와 고려 인종 장릉 출토 청자받침대와 유사한 도기 등이 새롭게 확인됐다.

또한 최근 주목되고 있는 군산 십이동파도(11세기), 완도 어두리(12세기), 태안 마도 1호선(13세기) 등 해저 출수 유물과 동일한 청자와 흑자, 도기 등이 다량으로 출토돼 해저 출수 유물의 생산지를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해남은 고려시대 강진, 부안보다도 더 많은 청자 가마가 운영됐던 최대 규모의 청자 생산지로 소박한 멋의 녹갈빛 그릇은 당시 고려에서 크게 유행했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300여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서남해의 바닷길을 통해 각지의 소비지로 유통됐다.

1992년과 2017~2018년에 이뤄진 발굴조사로 수많은 가마터와 유물이 출토됐으며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국가 사적 제310호)와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전라남도 기념물 제220호) 등 가마터들이 문화재로 지정됐다.

또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83년부터 40여년간 완도와 군산, 태안, 진도, 영광 해역 등에서 해남청자 4만여점과 난파선 3척을 인양하는 등 발굴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수중 발굴 15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군산 십이동파도선을 비롯한 인양선박과 난파선에서 출수된 해남청자 25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지난 2019년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굴조사를 마무리한 화원면 청자요지에 이어 이번 진산리 발굴조사의 성과가 확인됨에 따라 해남군이 강진군, 부안군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고려청자요지'세계유산 등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남은 강진, 부안과 함께 고려시대 대표적인 청자 요장(窯場 도자기 굽는 곳)이 있는 곳으로, 최근 이들 지역에서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학술적 기반을 다지는 발굴조사와 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이번 발굴조사 성과가 고려청자 문화의 위상과 가치를 정립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해남 청자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학술조사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라고 밝혔다.

해남=이창식 기자 mediacnc@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정동 쪽방촌 개발 올해 속도내나…LH "연내 기본조사 재개 계획"
  2. 천안-안성 경계 세종포천고속도로 공사 현장서 붕괴사고 발생...'10명 중 4명 사망'
  3. [사설] 헌재, 국가적 혼란 줄이는 결정 내려야
  4.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GB 해제에 배후 주거지 도안신도시 힘받나
  5. 서울세종고속 상판 붕괴 사고 56년 전 대전 아치육교 붕괴 판박이
  1. 대전 교내 성비위 근절 위해 예방교육 강화 "인식 개선이 우선"
  2. [사설] 대전 '이스포츠' 중심에 설 수 있다
  3. '바싹' 메마른 날씨… 충청권 산불주의보
  4. [춘하추동]고난이 축복입니다
  5. [기고] 지능화 되어가는 보이스피싱 범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정동 쪽방촌 개발 올해 속도내나…LH "연내 기본조사 재개"

대전 정동 쪽방촌 개발 올해 속도내나…LH "연내 기본조사 재개"

<속보>=대전 정동 쪽방촌 개발 사업 추진이 2년째 중단된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멈췄던 기본조사를 연내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5, 20, 21, 23일 1·2면 보도> 26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LH는 "정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 지장물 조사를 연내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인 25일 대전시와 LH 대전충남지역본부는 19개 협력사업에 대한 추진 활성화를 위한 전략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쪽방촌..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GB 해제에 배후 주거지 도안신도시 힘받나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GB 해제에 배후 주거지 도안신도시 힘받나

대전 유성구 교촌동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그린벨트(GB) 해제로 인근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배후 주거지인 도안신도시는 작년 분양시장을 견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완판 행렬을 이어갔는데, 이는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하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6일 시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나노·반도체 산단은 정부의 GB 규제혁신 방안으로 추진한 지역전략사업의 첫 수혜지로 최종 선정됐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GB 면적은 364만 4058㎡..

대전시 PMPS·이터널 리턴 2025 정규시즌 국내 단독 유치
대전시 PMPS·이터널 리턴 2025 정규시즌 국내 단독 유치

대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시리즈(PMPS)와 이터널 리턴 프로 정규 시즌을 국내 단독 유치하며 '이(e)스포츠 수도'의 입지를 다졌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프로시리즈(PMPS)와 이터널 리턴 정규시즌 모두 대전 이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대회 모두 한국에서 많은 유저 수를 확보해 가고 있는 인기 게임으로, 이스포츠 팬들이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이다. PMPS는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국내 프로 정규 리그로, 2025년 한 해 동안 총 세 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소식 전하는 버들강아지 봄소식 전하는 버들강아지

  • 대전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화재…인명피해는 없어 대전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화재…인명피해는 없어

  • 팬들이 기다리던 꿈의 구장…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커밍쑨’ 팬들이 기다리던 꿈의 구장…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커밍쑨’

  • ‘유물을 지켜라’…한국족보박물관 소방훈련 ‘유물을 지켜라’…한국족보박물관 소방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