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보신탕. 먹어서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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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보신탕. 먹어서 좋은 것인가?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승인 2020-08-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긴 장마가 끝나니 폭염에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건강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시기다.

옛날부터 삼복더위라는 말이 있듯이 말복즈음의 이 시절이 가장 더운 때다. 에어컨도 없었던 옛날에는 이 더위를 어떻게 피했을까?

정말 옛날 분들 고생 많았다 싶기만 하다.



여름철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분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겠다. 기온이 올라가면 사망률도 올라간다고 하니 말이다.

예전에는 복날에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 같다.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를 먹을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많이 솟고 있다. 특히 동물애호론자들은 보신탕에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다.

해묵은 논란인지 몰라도 보신탕 찬반론이 치열한 적이 있었다. 지지론자들은

'개도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소, 돼지, 닭은 먹는데 개는 왜 안되나, 개를 식육견과 반려견으로 분별하자.' 이런 논리를 편 것 같고, 반대론자들은 '과거 육류가 귀할 때라면 몰라도 이제 다른 대체식품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인간과 밀접한 반려동물인 개를 먹을 필요가 있는가, 세계적으로도 선진국에서 개를 먹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도축등의 위생적인 문제도 크다' 라는 논리로 팽팽했던 것 같다.

이 문제는 '88올림픽 때도 문제가 됐었다. 올림픽 기간 중 도시 지역에서는 보신탕 영업을 제한했고 그래서 값이 마구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이 문제는 가치판단의 문제일까?

모든 생명은 다 귀한 법이다. 소든 개든, 돼지든, 닭이든 다 귀한 생명이다. 그래서 일체 살생을 금하는 불교도 있지 않은가?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들도 꽤 많다.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안되고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말고기를 먹지 않았었지 않은가.

그러니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고, 그 시대의 문화적 선택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에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함부로 논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만이 아니다. 음식을 다루는 문화도 달라서 이슬람권의 할랄음식(Halal Food)이나 유태인들의 코셔(Kosher)라는 것은 대단히 엄격해서 일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음식을 먹지도 못한다.

이슬람권 선수들은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돼지고기를 담았던 그릇에 담긴 음식도 거부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율법에 따라 불고기를 먹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밀크가 든 커피를 들지 않는다.

까다롭고 엄격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소울푸드(Soul food)'라는 말이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의 혼이 담긴 음식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깊은 어원이 있다.

영어권에서 소울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을 뜻한다.

남부 흑인이라면 예전의 노예를 말한다. 흑인 노예들이 가난과 고단함속에 만들어 먹었던 음식을 '소울푸드'라고 한다.

그 음식이 지금 우리가 좋아하는 '프라이드 치킨'이다.

당시 백인 농장주들은 살이 많은 닭의 몸통과 다리를 먹고 날개나 발, 목은 버렸는데 가난한 흑인 노예들이 이를 가져와 기름에 바싹 튀겨먹은 것이다. 튀김은 고열량 음식이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흑인 노예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되었다. 프라이드 치킨은 배고픈 흑인들의 슬픈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했다.

이 프라이드 치킨이 우리나라에서는 '치맥'이라 하여 맥주와 함께 곁들이는 한류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 백인들은 프라이드 치킨하면 노예들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가끔 흑인들을 조롱할 때 이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흉내를 낸다.

인종차별이다.

'소울 푸드'를 이런 의미로 새긴다면 보신탕은 우리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빈곤한 과거에 기력이 떨어지는 삼복더위에 마땅한 육류를 섭취할 수 없어 먹었던 음식 아니겠는가? 그것이 보신탕이었고 보양식이라 했지 않은가?

어찌 보면 인간을 위해 충성스런 개가 헌신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 조상들이 복날 보신탕을 먹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첫째는, 개고기는 흔한 것이니,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개는 육질이 사람의 체질에 가장 흡사하여 소화가 잘되고 탈이 없으니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해학적인 이유인데, 복날의 복자를 한자로 쓰면 사람 인(人) 변에 개 견(犬)자를 쓴다(伏). 요즘 한자를 모르는 분이 많아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사람과 개가 나란히 조합된 문자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게 있는 한자는 이 엎드릴 복(伏)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날 인간이 개를 안 잡아먹으면 개가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최고의 암 전문 병원인 텍사스대학교의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미국 최고의 의사(The Best Doctors in America)'로 뽑혔던 한국인 교수김의신 박사는 항암 치료환자에게 개고기나 오리고기를 권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고기는 동물성 기름이 적고 불포화지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말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보신탕 지지론자들은 이 근거를 많이 든다. 식용이 아니라 약용이라는 것이다.

문화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부대찌개를 아주 좋아한다. 원조 의정부 부대찌개 먹으러 의정부까지 간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부대찌개를 안 드시는 분도 연세 드신 분들 중에는 있다. 식성 때문이 아니다. 그 사연을 알고는 먹기가 거북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부대찌개는 6.25 전쟁 이후에 의정부나 파주에서 미군부대에서 불법적으로 유출되거나, 먹고 버린 햄이나 소세지, 고기들을 씻어서 매운 고춧가루로 상한 냄새를 감추고 팔팔 끓여서 만든 찌개였다.

미군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들의 소울 음식이었던 것이다.

부대찌개를 가끔 영문으로 'Army base stew'라고도 표기하는 이유이다. 그러니 어려운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먹었던 부대찌개를 좋아하지 않는 어른이 계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바베큐도 마찬가지다. 휴가철 숯불로 구워먹는 바베큐는 젊은 남자들의 로망 아닐까? 이것도 사연을 알고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바베큐는 미국이 원조다.

음식이라는 것은 집안의 주방에서 요리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주방이나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바로 흑인 노예들이었다. 노예들은 주방이 없으니, 밖에서 장작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배운 것이었다. 미국의 텍사스 같은 남부지방에서 퍼진 것인데, 남자들이 했기 때문에 바베큐는 남자들이 하는 요리로 굳어졌다.

일본 사람들은 복날 장어를 먹는다. 그들은 복날 장어구이를 밥에 얹어 먹는 것이 뿌리 깊은 문화가 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불도장이라는 음식이 있다. 값도 비싸고,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의 대표라고 할 만하다. 불도장은 재료만 3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자라고기. 해삼, 전복, 인삼 같이 몸에 좋다는 재료는 다 넣고 끓인 음식이다.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도를 닦는 스님도 담장을 뛰어넘어온다는 뜻으로 '불도장(佛跳牆)'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그야말로 보양식인 셈이다.

나라마다 자연 환경에 맞추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요리해 먹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국의 똠양꿍, 인도의 탄두리 요리…….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타란튤라라고 하는 야생독거미를 먹는다. 맛있고 영양이 좋다고 하는데 우리 정서에 맞을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들의 건강음식이라고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식량기구에 FAO에 따르면 2050년쯤이면 세계 인구가 약 90억 명으로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의 식량자원으로는 기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곤충이 잠재적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곤충은 무수한 알과 애벌레를 1년에도 여러 번 낳아서 빠른 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식량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도 과거에 메뚜기나 누에 번데기를 먹었는데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갈색거저리'라는 곤충을 식품 원료로 인정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곤충 초밥이 등장했다고 한다. 초밥위에 생선 대신 매미 초밥, 사마귀 초밥, 하늘소 유충 초밥등 다양한 곤충을 얹어 먹는다고 한다. 보기는 징그러운데 처음이 힘들어서 그렇지 먹다보면 은은한 단맛과 담백한 맛이 좋다고들 한다.

결국 음식도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한때는 서민의 음식이었다가 또 한때는 비싼 요리로 취급받던 보신탕이 이제는 먹지 말자라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도 시대문화의 반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앞으로는 배양육이 대세를 이룰지도 모른다고 한다.

배양육은 가축의 특정부위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생명을 도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실험은 성공했고,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벤처기업은 배양육 생산비를 낮춰,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배양육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식품의약국에서는 세포배양과정을, 농무부는 배양육을 식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감독한다는 감독체계까지 규정했다.

배양육은 생명 윤리문제나 동물학대문제, 환경오염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것이라고 본다.

그때에 개고기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그런데 배양육이 시장에서 현실화된다면 동물들은 행복해질까?

그렇게 되면 가축자체를 사육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생명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동물 입장에서는 종족이 줄어드는 것이니까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먹는 것을 빼고 건강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양이 많은 좋은 음식 많이 들고 건강들 하시라.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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