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정상화 방안 협상을 통해 약속 불이행으로 신뢰를 잃은 KPIH에 기회를 보장해 주는 대신, 추후 민간사업자 해지에 따른 법적 소송 시 우위에 있겠다는 취지다.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PIH가 PF(프로젝트 파이넨싱) 대출 정상화를 이루지 못해 지난달 29일 용지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오늘 용지대금 594억원을 KPIH에 대출해준 금융기관 SPC(뉴스타유성제일차㈜)에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유 사장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상당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서 "도시공사가 KPIH 측에 이런 상황에 대해 법적 정상화를 촉구하는 절차를 밟겠다.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 정상화 방향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용지대금 반납으로 용지매매계약 해제는 끝났지만, 아직 KPIH와의 사업 해지 절차가 남아있다.
도시공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방적 사업 해지나, 민간사업자의 정상화를 위한 기회를 주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으로 사업 재추진이 늦어지거나, 소송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회를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유 사장은 "그동안 용지대금 납부를 3개월 유예해 주는 등 KPIH가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간 갈등 등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더 이상 KPIH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사업 정상화 협상을 통해 KPIH로부터 자금 마련, 정상화 추진 일정 등 구체화 된 계획을 받겠다"고 밝혔다.
도시공사는 KPIH의 사업 정상화 제시 내용을 보면서 법률 자문받아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지역 숙원사업이다. 유성구 구암동 3만2693㎡ 부지에 고속·시외버스터미널과 상업시설 등을 만드는 사업으로, 2010년부터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4차 공모 끝에 2018년 KPIH가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자본금과 회사 신용도 등이 부실한 KPIH가 1조원에 달하는 터미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지에 대한 우려는 사업 선정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계약금 납부 지연과 불법 선분양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주 간 다툼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계약 이행을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 총 8000억여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위해 PF대출 등을 통해 공사비용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자 간 법적 소송이 잇따랐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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