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자신의 행보, 특히 공직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속내를 감췄다가 극적인 타이밍에 터트려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치인 특성을 고려할 때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집권2년차 각종 개혁추진과 국정운영 동력공급에 앞장서야 하는 집권당 수장으로서 이에 집중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대전 서구 괴정동 KT연수원에서 열린 8·25전대 '든든캠프' 해단식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번 당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라며 "나는 대선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든든캠프 해단식 개최를 두고) 대선에 나가는 시발이 아니냐라는 말이 있었다"며 "이런 오해나 억측을 하지 마라"며 쐐기를 박았다. 이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당의 상임고문으로서 당 재집권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며 당대표 임기 뒤의 역할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전대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직접 차기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취임 이후 2022년 차기대선에서 직접 '선수'로 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최근 특유의 '돌직구', '버럭해찬' 식의 발언을 자제하고 야권과 소통노력도 정치적 확장성과 대중성을 위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충청권에선 미투 파문으로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후 이 대표를 충청대망론 유력주자로 점찍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차기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킹'이 아닌 '킹 메이커' 또는 '페이스 메이커'로 스스로 좌표설정 하며 이같은 관측을 무력화 시킨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대전 KT연수원에서 열린 8·25전대 든든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 하는 모습.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는 대선후보가 아니다"며 사실상 차기대선 불출마 발언했다. |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여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자리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지 않는데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럭비공'과 같이 어느 곳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난관 속에서 입법부에서 원활한 국정운영 동력 공급을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진력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해단식에서 국정의 난맥상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민주당 지지세력의 결집을 수차례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분단체제에서 평화시대로 넘어가는 시대를 민주당이 책임지고 있는 데 여건상 어렵다"며 여당책임론을 부각하면서 "앞으로 100년을 올바른 역사로 이끌어가야 하는 데 그 출발점이 2020총선, 2022년 대선 승리이며 산적한 민생법안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전격적인 차기대선 등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속설처럼 2022년 차기대선을 앞둔 정치지형과 시대정신이 이 대표의 '재소환'으로 쏠린다면 '용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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