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대전 굿모닝유치원 이사장 |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오늘 꼭 어머님들께 드릴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벌써 20년이나 지난이야기입니다. 제가 경성유치원 원장으로 있을 때 일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유치원 옆 작은 운동장에서 원생들과 공차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게 즐거워하는 5살 원생이 하나 보였습니다. 제 눈에 그 원생은 공놀이를 좋아할 뿐 아니라 공차기를 꽤나 잘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차기 시간이 쌓여갈수록 저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백방으로 다른 유치원 원장님들은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유치원과 유아축구시합을 벌이기 위해서였죠. 어머님들의 예상대로, 대부분 원장님들은 일언지하 거절하셨습니다. 괜한 일을 만들어서 원생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불편한 일들이 생길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제가 누굽니까. 한 번 마음먹으면 꼭 이루고야 마는 성격, 게다가 그때 저는 겁 없는 30대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 원장님께서 고민 끝에 제 제안을 받아주셨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롯데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라우리 유치원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라우리유치원은 시합을 위해 축구 전문가들을 초빙해 원생들 연습을 시켰고 시간이 갈수록 저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꿋꿋하게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체육시간을 이용해 공놀이만 즐겼습니다. 제 목적은 이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5살 원생에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저의 단 하나 목표였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전반 20분, 쉬는 시간 10분, 후반 20분. 축구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라우리 원장님의 얼굴 표정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전반전 축구 경기의 결과는? 0대 3.
라우리 유치원의 리드로 전반전을 마치고 원장이자 감독이었던 저는 후반전에서야 공차기 잘하는 5살 그 친구를 투입했습니다. 결과는 11 대 3 ! 우리 경성유치원의 대승이었습니다.
그 경기 이후 더욱 확신에 찬 저는 그 아이의 부모님께 축구 선수로 꼭 키워야 한다고 종용하였습니다. 그날의 결과 때문이었을까요?
그 친구가 바로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 펄펄 날고 있는 황인범 선수입니다.
"이 녀석, 우리 인범이 아주 잘 컸구나!!!"
어머님들, 우리 황인범 선수가 저의 제자라고 하니 덩달아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저는 우리 굿모닝 유치원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특기, 장점, 재능을 늘 관찰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육과 교육이 아닌 아이들 개개인 미래의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연예인을 해도 될 만큼 재능 있어, ○○이는 탐구심이 참 많아, ○○이는 레고할 때는 집중력이 정말 뛰어나" 등 선생님들끼리의 대화만 들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굿모닝을 이끄는 모든 선생님들은 원생들을 매일 꼼꼼하게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는 앞으로도 늘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2의, 제3의 황인범 선수와 같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멀리 있지 않습니다. 과학자, 운동선수, 교육자, 정치인, 종교인, 한류스타 등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저희가 돕겠습니다.
친구들아, 사랑한다. 이미 너희들 모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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