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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질주본능, 잠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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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17 00:00 | 신문게재 2008-09-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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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올림픽 5000m, 1만m, 마라톤 우승자였던 에밀 자토벡은 말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현대문명의 상징인 자동차는 이 원초적 질주본능에 불을 댕겼는지도 모른다. 충남지방경찰청 영상분석설이 과태료 몇 만원에 목숨 건 과속 은폐 수법들을 공개했다. 절대 따라하지는 말 것.


대한민국 어딜 가도 꼭 있는 3가지는 뽀글머리 파마 아줌마, 전봇대, 무인 단속 카메라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흔해진 무인 단속기. 본지 17일자 사회면에 보도된 대로 단속기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함을 넘어 교활해지고 있었다. 차량번호를 테이프로 불이거나 페인트칠한 번호판, 과속시 알아서 고개 숙이는 번호판, 빛을 반사시키는 번호판 등 백태가 드러났다.

속도의 역사를 밝힌 페터 보르샤이트가 부유한 나라 국민일수록 움직이는 속도와 박자가 빠르다고 규정한 것에 상당히 공감하지만 이같이 속도가 가치가 된 강심장들에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특유의 조급증은 속도에 대해 공감대를 쉽게 형성한다. 한적한 교외에 나서 보라. 친절하게 반대 차선 차량들이 ‘단속 중’ 신호를 쏘아 주지 않은가. 언젠가 미국인이 캐묻기에 푸근한 우리네 인심이라고 설명했더니 자기네는 그러한 차량을 신고해 과속을 저지한다며 낯설어했던 풍경이다.

운전대 잡기가 무섭게 경주마처럼 되는 사람들이 있다. 경주마는 절뚝여도 달리고 콧구멍에서 피 뿜으면서 질주를 그치지 않는다. 다른 말에 안 처지려고 사력을 다한 말은 경주 뒤에 몸살이 나거나 심하게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경마는 죽기를 작정하고 달리는 말 무리끼리의 경쟁에 편승한 것이다. 과속운전에는 얼마간 이와 비슷한 본능이 숨어 있다.

본능에는 종족 보존을 위한 성본능,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군거본능, 집으로 향하는 귀소본능 등이 있다. 또 생래적으로 도주본능이 있다. 손자병법 제1계가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는 만천과해(瞞天過海), 제36계가 여의치 않으면 도망치는 주위상(走爲上) 아니던가. 질주본능에 도주본능이 엉뚱하게 개입된 경우가 폭주다. 자동차는 인간이 갖지 못한 속도를 갖고 있기에 목숨을 담보로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하여 쭉쭉빵빵 레이싱 모델이 없다 뿐, 고속도로는 자동차 경주장이 되고 말았다. 10억분의 1초를 다투는 세상은 속도 대중화를 낳았다. 영리한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단속 카메라만 피하고 과속하는 ‘캥거루 운전’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차량 평균 속도로 과속 여부를 판단하는 구간단속 적발률이 지점단속의 7배 이상인 것은 그 수치화된 증거다. 속도에 대한 탐닉 내지 예속은 경찰청 자료로도 재확인됐다.

작년부터 어제까지 단속 카메라에 시속 200㎞ 이상으로 찍힌 차량은 자그마치 215대였다. 최고 과속은 신공항고속도로를 시속 252㎞로 주파한 외제차로 밝혀졌다. 이 정도면 템포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범죄 수준으로 치부할 광적인 충동성이며 광포한 질주본능이다. 차는 성능이 좋아지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니 무모한 질주본능을 억누르고 보다 더 안전본능을 강화시켜야 할 듯하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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