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없애고 휴가로 대체하는 기업도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올 추석 명절 상여금이 지난해보다 낮아지자 대전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7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명절 상여금이 예년보다 30%가량 축소하거나 상여금 대신 선물로 대체한다는 기업이 대다수다. 지역 기업 중에는 명절 상여금 지급이 어렵다는 업체도 더러 포함됐다. 이 때문에 설과 추석 1년에 두 번뿐인 명절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근심은 이만저만 아니다.
대전에서 5년째 중소기업을 다니는 이 모(37)씨는 “지난 설에는 작게나마 상여금이 들어와서 기뻤는데, 올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역의 또 다른 기업은 상여금 대신 작은 명절 선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경영난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A 기업 대표는 “비누와 치약 등이 담긴 세트를 주기로 결론지었다”며 “직원들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싶다”고 경영난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명절 상여금 대신 최장 10일을 쉴 수 있도록 대체한 곳도 있다. 지역의 한 벤처기업 대표는 “기업을 운영한 지 6년가량 됐지만, 그동안 직원들에게 상여금은 기름 값이라도 챙겨줬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차라리 푹 쉴 수 있게 배려했다”말했다.
명절 상여금을 줄이거나 선물로 대체하는 기업의 어려운 상황은 통계로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최근 지역 중소기업 288곳을 대상으로 9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를 조사한 결과, 91.2로 기준치(100)를 밑돈다.
제조업(91.5)과 비제조업(90.9) 모두 기준치를 턱걸이 조차 못하는 어려운 경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인건비 상승이 47.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37.5%)도 상당 부분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상여금 지급액 축소로 이어져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기업의 힘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 테크노벨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매년 힘들지만, 올해는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으로 직원이 20명 내외 인대도 불구하고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며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기업이 필요한 애로사항 등을 정부가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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