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음악평론가ㆍ백석문화대교수)
지난달 31일, 대전시립합창단 134회 정기연주회는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역사적 연주에 기반한 완결된 작품으로 들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음악회로 기억될 것이다. 대전시립합창단은 이미 1989년 11월 서강복 초대지휘자와 한국어 가사로 호흡을 맞췄고, 2000년 신년음악회에서는 안승태의 지휘로 일부 곡을 제외한 천지창조를 선보였다.
이번 천지창조를 대전음악연주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한다면 그것은 바로 처음으로 하이든 오라토리오를 그 시대의 모습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즉 17년 만에 연주된 세 번째 공연이지만, 독일어가사와 빈프리트 톨의 지도하에 18세기 하이든 오라토리오의 정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천지창조라고 할 수 있다.
대전시립합창단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라는 대장정을 마친 후 6개월 만에 도전한 하이든 오라토리오는 바로크와 고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규모는 크고 정교한 바로크음악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하지만 교향곡을 능숙하게 다루는 하이든의 손을 거쳐 천지창조는 풍성한 관현악법이 지지하는 선율이 아름다운 걸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라서 하이든의 역동적인 음악과 오라토리오 장르의 특성, 천지창조라는 서사적 흐름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관현악과 합창, 독주자들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적 역량이 필수적이었다. 사실 오라토리오에서 합창은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보조하거나 강조하는 역할이 크다. 그렇기에 실제 주연배우인 가수들이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완전히 소화해 부르는 것에 오라토리오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라노 조윤조와 테너 김세일, 베이스 손혜수 이 세 독주자들은 충실하게 자신들이 맡은 세 천사와 아담과 이브의 역할에 깊이 접근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정확한 발성과 발음에 기초해 종교적 가사의 의미를 풍부히 살려나갔다. 세 명의 목소리는 각각 개성이 뚜렷해 독립적으로 들리지만 오히려 대전시립합창단의 절제된 깨끗한 음색과 조화를 이루었다. 오히려 오라토리오 음향에 익숙치 않은 대전시향의 울림이 독주자들과 음악적 균형감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높은 합창의 완성도에 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대전시립합창단의 하이든 천지창조는 18세기 오라토리오를 어떻게 해석해야 품격있는 음악이 만들어지는 아는 지휘자와 독주자들의 탁월한 표현력으로 작품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맛볼 수 있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연주는 쉽게 듣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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