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의 강도 상해죄를 범한 A씨가 있다. A씨는 경합범으로 동시에 처벌 받을 경우 각 범죄당 징역 0.8년의 양형을 적용받아 징역 8년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A씨가 9개 범죄로 먼저 처벌받고 이후 1건이 별도 기소 될 경우는 어떨까? 9개 범죄에 대해 7.2년을 선고받고, 추가 기소된 1개의 범죄는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게돼 징역 1년 9월 이상이나 아예 형을 면제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경우 어떤 형을 선택해도 불평등한 경우가 된다. 같은 죄에 대해서 기소 내용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기소할 것인지 따로 기소할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재량이다.
한꺼번에 여러가지 항목의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따로 기소됐다는 이유로 처벌이 달라질 수 있는 기존의 법적용에 대해 대전고법 차문호 부장판사가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차 부장판사는 범죄를 함께 재판받는 경우와 따로 재판받는 경우, 형평에 맞지 않게 처벌이 달라지는 것은 ‘위헌’이라며 경합범에 대한 기존과는 다른 형량 결정 방법을 제안했다.
실제로 B씨(35)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8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인 ‘에이비크미나카’66g을 33회에 걸쳐 1320만원에 판매했다. 또 2015년 10월 초순 같은 종류의 마약 8g을 100만원에 판매하고, 같은해 11월 판매를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첫번째 범죄의 경우 실형 4년을 선고받았고, 두번째 범죄는 수사기관에 범행을 자백했고 지난 3월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차 부장판사는 2범죄에 대한 형의 감경방법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형법에는 39조와 55조 1항에 경합범에 대한 처벌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형법 39조에는 ‘경합범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을 경우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죄에 대해 형을 선고한다’고 돼 있다. 형법 55조 1항은 법률상 감경 기준을 사안별로 제시했다.
B씨의 경우 2번째 범죄에 대해 형법 55조를 적용받을 경우 1년 3개월~12년 6월까지 형을 선고 받게 된다.
차 부장판사는 “33회 마약범죄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1회 판매와 미수에 그친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을 적용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할때 형법 55조 1항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형법은 경합범이 동시에 처벌될 경우 죄를 저지른 항목이 많아질수록 개별 범죄에 대한 형은 낮아진다. 하지만 경합범이 따로 처벌될 경우 형의 감경 내용에 한계를 두면 높은 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즉 형법 55조가 정하는대로 감경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해석이다.
차 부장판사는 “감경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동시기소와 분리 기소로 인한 처벌의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며 “항소심 심리가 마무리 됐지만 나중에 기소되는 사건 병합을 요청하며 재판을 미뤄달라는 요구가 많아 공동피고인들까지 판결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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