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얼어붙었지만 실소유자에겐 인기
투자자는 미분양 아파트 물색...가격 하락할 때 투자효과
#대전 둔산동에 사는 정모(45)씨는 요즘 세종시 아파트에 더욱 관심이 많다.
남들은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동시에 지정되면서 메리트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거주할 예정인 정 씨는 다르다. 규제 강도가 높아 거래가 끊기고 아파트 매매가도 떨어질 때일수록 집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시장이 얼어붙으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다”며 “매물은 많지 않겠지만, 세종시는 당분간 아파트를 계속 공급해야 하기에 이자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 태평동에 사는 최모(44)씨는 미분양 아파트에 꽂혀 있다. 8ㆍ2대책의 충격이 강한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아파트가 주 목표다. 참여정부 이후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받으면서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사이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한 때 시행사를 운영했던 최 씨는 “규제가 강력히 당분간은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매입하면 충분히 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8ㆍ2 부동산 대책 한 달,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실소유자들은 규제로 가격이 하락할 때가 집을 마련하기 위한 적기로 보고, 투자자들도 일단은 가격 하락을 기대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일찌감치 ‘솟아날 구멍’을 찾는 이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분명한 건 8ㆍ2 대책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었다.
30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지난주까지 분양된 전국의 아파트 23개 단지 가운데 30%인 7개 단지가 2순위에서 최종 미달됐다. 43개 단지가 분양해 21%인 9개 단지가 청약자를 채우지 못한 7월보다 청약미달 단지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실소유자들에겐 다른 얘기다.
실제 8ㆍ2 대책 이후 세종시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우남건설이 오픈한 견본주택에는 사흘동안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투기(과열)지구 중복 지정을 무색케할 정도였다.
예전과 달랐던 건 실소유주가 많았다는 점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신혼부부에서부터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 어르신 등 주로 가족단위가 많았다”며 “투자자도 적지 않았지만, 예전과 비교해선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곳은 규제지역 인근에 분양한 신규단지나 규제지역 내 미분양 물량이다.
8ㆍ2대책 발표 직후 포스코건설이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대전 유성구 반석더샵은 48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 7764명이 신청해 평균 57.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10년 이후 대전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수도권 등 주요도시 내 미분양 물량 확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며 “규제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효과를 노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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