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하나은행, 가상화폐 발행 계획…시중은행들, 거래소 가상계좌 유치도 적극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9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등 가상화폐 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하루 거래액 기준으로 세계 4위권의 가상화폐 시장이다. 국내 빅3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28일 기준(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일 거래량이 각각 3940억원, 1310억원, 998억원에 달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9곳의 거래량을 모두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지난 19일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일일거래 대금은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코스닥 일일거래 대금 2조4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주식시장을 뛰어넘는 날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날로 성장하는 가상화폐 시장에 시중은행들도 가상화폐 발행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위비코인’(가칭)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 중에는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 16일 블록체인기술 업체인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와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다만, 위비코인은 폐쇄형 운영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것인데 이를 경우 비트코인처럼 큰 가격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KEB하나은행 역시 기존 포인트 제도인 하나머니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로 전환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개발중인 가상화폐(하나머니)의 글로벌 제휴처 확대에 주력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거래소 가상계좌 발급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빗썸에 가상계좌 발급을 독점하고 있고, 코빗은 사업 초기부터 우리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중이다. 은행들이 이 시장을 잡으려는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막대한 현금을 유통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은 물론 현금예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관련 사이버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해지하는 시중은행이 등장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발급해줬던 가상계좌를 모두 회수했다. 빗썸은 7월 회원 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역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시장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당연히 은행들도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화폐로, 2009년 개발된 비트코인과 2014년 개발된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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