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2시 대전 유성구 궁동오거리에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구창민 기자 |
대전시청 직원도 현장서 차량ㆍ시민 이동 통제
일부 시민 훈련 사실 몰라 불만 토로키도
23일 오후 2시 충남대 정문 앞 궁동오거리. “왱왱~ 삐용 삐용” 알림음과 함께 횡단보도 신호등 불빛이 꺼졌다. 차량 신호등도 황색과 빨간색으로 깜박였다. 경찰과 군인, 유성구 공무원들은 차량과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해진 자리에 서 있었다. 군인과 공무원들은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들을 막았고, 경찰은 도로 중앙에서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평소 학생들과 지나는 차량들로 통행량이 많던 이곳이 수 분간 정지된 듯했다. 차량 수십 대가 줄을 이어 신호가 돌아오길 기다렸고,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지길 기다리는 시민도 점점 늘어났다. 일부 운전자는 차량 시동을 끈 채로 라디오를 듣는가 하면 일부 운전자는 언제 끝나는지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4~5분 후 기다리다 지친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서구 둔산동 시청역네거리에서도 일제히 훈련이 시작됐다. 차량과 시민들은 통행을 멈추고 훈련에 동참했다. 훈련복을 착용한 대전시와 서구 공무원은 일부 통행 시민에게 훈련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대부분 시민이 통제에 따랐지만 일부는 훈련에 응하지 않고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5분 후 차량 통제가 해제되자 차량은 움직였고, 횡단보도에 대기하던 시민들은 훈련 시작 15분 만인 2시 15분께부터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이날 민방위 훈련은 공습 상황에 대비한 주민대피 요령 숙달을 중점에 두고 이뤄졌다. 경보발령과 교통통제 등 실제 상황과 유사한 훈련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여 분간 진행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훈련이 관행에 따른 보여주기식 훈련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전 홍보가 미흡해 시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등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서구 갈마동에 사는 한 시민(59ㆍ여)은 눈앞에 둔 우체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시민은 “오늘 민방위 훈련이 있는 날인지 몰랐다”며 “미리 알았다면 이 시간을 피해서 나왔을 텐데 갈마동부터 둔산동까지 걸어오는 것도 힘든데 계속 못 가게 막아서 좀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충남대 앞에서 통제된 한 시민 역시 “훈련이 있는지 몰랐다. 더운 날씨에 5분간 아무도 못할 줄 알았으면 안 나왔다”며 “다른 길로 돌아갈 걸 그랬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훈련에는 민방위대와 자원봉사단체, 경찰, 소방, 군인, 공무원 등 지역에서 4300여 명이 참여했다. 구창민ㆍ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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