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연일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으므로 의료기관이 적정 진료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연세대학교가 건강보험수가 원가를 계산한 연구를 보면 대형종합병원은 건강보험수가의 원가보전율이 약 84%, 종합병원은 약 65%, 병원은 약 67%, 동네의원은 약 62%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내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들의 전용 온라인 웹사이트 ‘메디케이트’가 이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의사 7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우 부정적(61%)’, ‘부정적(27%)’, ‘긍정적(8%)’, ‘매우 긍정적(2%)’ 등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일부 의사단체는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비급여 비상회의)’를 구성해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황이다.
이처럼 회원(의사)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의사협회는 정부에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기구 신설 등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했을 때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수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경우 의료의 질이 저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정책에서 급여 기준을 설정할 때 진료 범위·횟수·적응증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의사의 소신진료를 위축시켜 오히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급여 전환으로 의료비 부담이 적어진 국민들이 의료 쇼핑을 하거나, 동네 병·의원보다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된다면 심각한 의료 전달 시스템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의협은 비급여 비상회의가 열 예정인 ‘문재인 케어 반대 광화문 집회’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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