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부모·대전시 “국립으로 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약의 후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보다는 의료 수가 인상으로 기존 병원들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양새를 띠고 있어서다. 이같은 우려는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린이 전문재활치료 수가 개선방안을 2018년까지 마련하고, 2019년까지는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립이 아닌 ‘지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후보 당시 대통령이 되면 어린이 재활을 전문적으로 돕는 병원을 여러 개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은 지난 17일 대전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민간 주도 형태의 공공기관화를 제안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에 유일한 상암동 넥센 어린이 재활병원의 경우 민간인 기구에 의해 설립됐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 공약사항에서 이걸 국립으로 한다고 약속했는데 (이처럼) 시민운동을 하면서 섞어가는 방식으로 틀을 만드는 게 어떨까 싶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을 놓고 정부가 설립보다는 지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당장, 대한재활병원협회 등에서는 복지부의 장애인 건강권 보장법안에 환영의사를 표하며 의료법에 따른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면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보다 나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서나 어린이재활병원을 대선 지역 과제로 대전시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애아동을 둔 가족들이 어린이재활병원을 원했던 것은 재활치료만이 아니라 교육 돌봄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다”면서 “지정 방식은 겉보기에는 확대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기존 병원들이 있음에도 장애아동들이 치료받기 어려웠고 재정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런 방식은 우려스럽고, 약속이 뒤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선 시 보건복지여성국장도 “우리 시의 입장은 국립으로 가야된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푸르메넥션병원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에도 어린이재활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전에 중부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재활병원을 만들어야 장애아동들이 보다 접근성 높게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공공병원이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가족의 심리 치료 외에 복지 차원에서도 이 문제가 국가가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권선택 시장도 지난 11일 대전세종연구원 정책연구과제 보고회에서 어린이재활병원이 국립으로 건립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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