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 자치구, 재난안전 예방 한계 호소
기금 사용처 더 확대되는 추세…대안 필요
지자체가 재난에 대비해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이 ‘부익부 빈익빈’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수(稅收)가 많은 지자체는 매년 많은 액수를 적립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재난예방에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22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은 동구 26억 2700만원, 중구 32억 9900만원, 서구 44억 3700만원, 유성구 52억 3600만원, 대덕구 28억 7500만원이다.
기금은 3년간 보통세 평균액의 1%를 매년 법정기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사용할 땐 전년도 적립액의 85%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15%는 의무예치액으로 관리된다.
최근 몇 년간 지진, 감염병, 홍수 등 재난이 잇따른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을 예방하는 데 재난관리기금을 투입해 피해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전 자치구의 최근 3년간 재난관리기금 사용처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재난 사전 홍보와 예방을 위한 기금 투입이 일부 자치구에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난관리기금이 가장 많은 유성구는 지난해와 올해 폭염 대비 그늘 쉼터 설치, 위험지역 알림표지판ㆍ현수막ㆍ홍보물 제작 등에 기금을 사용했으며, 서구의 경우 재해예방 정비공사에 2억여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재난안전관리기금을 비롯한 재정이 열악한 자치구는 재난안전기금으로 필요한 보수ㆍ보강 사업 등을 수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방ㆍ홍보 부분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진성능평가 등 별도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으면서 재난관리기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자치구에선 이 같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할 뿐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재난이 잘 사는 곳과 못 사는 곳을 골라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지자체 인구 수 대비 일괄 편성을 하거나 광역 단위로 재난관리기금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 역시 “다행히도 지금까지 대전에 큰 재난이 없었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최근의 재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형편에 상관없이 골고루 예방활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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