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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의 횡포에 대한 보도가 나간 이후로 몇몇 프랜차이즈 회사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과 군부대 장성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해외 외교관의 재외공관 갑질, 제약사 대표의 운전기사 갑질 논란까지 너무 많은 ‘갑’들의 잘못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모 제약사 대표가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해서 구속 위기에까지 갔던 보도가 얼마 전 이야기이다. 제약사 대표는 무슨 이유로 자동차 운전이 주 업무인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하였을까?
갑질을 다르게 풀어보면 분노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노는 왜 무엇때문에 나타나고 누가 많이 표현할까? 분노는 상대방에게 부당하거나 잘못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1994년 독일의 심리학자 월보트가 37개국의 대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감정을 느끼는 상황 연구를 한 결과 분노 감정은 대부분 타인에 의해 고의적으로 유발된 공정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화를 내도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와 반대인 상황으로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이거나 권력이 월등이 큰 경우엔 분노보다 두려움을 더 느낀다.
호주 심리학자 피트니스가 2000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화가 난 이유를 확인한 결과 다섯 가지 큰 이유가 확인됐다. 가장 큰 이유는 잘못한 것도 없이 부당하게 대접을 받은 경우였고 다음으로 거짓말과 같은 부도덕한 행동을 보았을 때였고, 세 번째는 스스로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네 번째로는 자신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을 때였으며, 마지막으로 공개적인 모욕을 당했을 때로 나타났다.
이런 화나 분노의 표현은 나와 상대방의 서열이 영향을 주었는데, 화나게 만든 사람이 부하일 경우 71%가 분노 표현을 하였고, 동료는 58%, 상사인 경우는 45%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갑질로 대변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권력의 맛에 길들여진 행태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권력을 좋아한다. 아니 권력이 주는 단맛을 좋아한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휘둘러야 사는 맛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끗발’에서 나온다. 군대는 계급이 끗발이다.
사회는 끗발이 센 검찰, 국정원, 국세청, 언론 등이 그런 곳에 들어간다. 이미 언론에 확인된 여러 갑질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갑질, 공무원의 갑질도 예외는 없다. 얼마나 힘들고 문제를 일으켰으면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뇌물과 청탁, 아부 등에 의한 폐단을 막아보려는 시도이다.
어떻게 서열 문화의 폐단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확인된 갑질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해당 직원들모두 한동안 참고 견디다 간신히 용기를 냈다는 점이다. 아직도 현장에서 침묵하며 고통 받고 있는 직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회사와 직원은 계약 관계이다. 직원은 노동의 대가로 떳떳한 보상을 받는다.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하고, 회사는 직원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의 책임이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순탄하게 굴러 가지만은 않는다.
당연히 서로 믿고 존경하여야 한다. 회사에서는 직급의 차이는 있지만, 일의 차이는 없다.
제도나 원칙에 예외가 있으면 기강이 무너지고 화, 분노가 발생한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런 분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지도자는 이끌고 나가야할 조직의 문제점과 현황을 파악하고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자리이다. 구성원을 향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라고 준 완장이 아니다. 안하무인인 지도자는 그 어디에도 필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중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탈 권위와 소통으로 변하면서 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들은 위정자들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리더십으로 권위와 서열 문화가 만들어낸 갑질을 확실히 없애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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