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훈방되거나 즉결 심판으로 감경 처분
#1= 지난 2월 “자전거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대전 유성경찰서에 들어왔다. 생활범죄수사팀은 범인검거를 위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범인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 A군이란 걸 알게 됐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경찰은 A군의 딱한 사정을 알게됐다. A군의 엄마는 가출 후 연락두절된 상태였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95세의 나이 많은 할머니 뿐이었다.
열악한 가정환경에 A군은 정신병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A군은 한순간 호기심을 참지 못해 자전거를 가져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통해 A군을 선처하기로 결정했다. 또 아이가 맘에 쓰인 형사들은 관계기관에 알려 아이에게 생활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2= 지난해 3월 둔산동 한 편의점에서 20대 여성 B씨는 1.5ℓ 사이다 2개를 훔쳤다. 경찰에 붙잡힌 B씨는 “배가 너무 고파서 훔쳤다”고 진술했다. B씨는 취직 준비생으로 차비도 없어 항상 걸어다닐 정도로 힘든 형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경미범죄위원회 심사를 통해 선처하고 노동청과 연결해 교육 프로그램까지 지원했다.
‘현대판 장발장’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 중인 대전 경찰의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형사법적으로 처벌을 해야 하지만, 죄질이나 사정을 참작해 처분감경 여부를 심의하는 제도다.
2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41건의 사건에 대한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 중에는 절도 11건, 점유 이탈 3건, 기타 처리 27건 등의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위원회를 거친 피의자들은 훈방 조치되거나 즉결 심판하는 등 감경 처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미한 사건이라도 검찰에서 기소유예나 법원에서 선고유예 처분 등을 내리며 선처를 한다하더라도 전과자로 기록이 남았다.
위원회에서는 주로 청소년 범죄와 범죄 가운데 형사 처벌하기에 애매한 범죄 사건들이 다뤄진다.
위원회는 경찰서장과 내부위원, 의사, 교수,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 내외부 인사 5∼7명으로 구성된다.
형사사건, 즉결심판 대상자 가운데 경미한 사안이거나 고령의 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 등이 심사된다.
위원들은 재범우려 여부 등을 고려해 감경 여부를 판단한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현대판 장발장 살리기로 알려진 경미범죄심사제도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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