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를 나온 기자의 질문에 공무원들이 하는 첫 마디다.
얼마전 대전 중앙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오전 3시 53분께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본부에 들어왔다. 이 불은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에 의해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기자도 현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현장은 참담했다. 입구 주변의 점포부터 공중화장실 옆 점포까지 13개 점포가 전부 불에 탄 상태였다.
큰 화재라 그런지 진화된 지 6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천장에선 연기가 여전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매캐한 냄새가 났고 눈이 아파졌다.
모두 타 재가 되어 있었다. 3~4개 점포는 간판조차 모두 타버려 어떤 점포였는지 알 수도 없었다.
화재 현장 근처에는 소방차 2대로 소방관들이 조금씩 남아있는 잔 열기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경찰의 통제선이 쳐져 있어 안쪽 깊숙이 볼 수는 없었지만, 지붕이 모두 불에 타버려 천장이 뚫려 있는 건물도 목격됐다.
이 때 두 세명의 소방관이 경찰 통제선 밖으로 나와 쉬려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통제선 안의 상황이 궁금했다. 기자는 쉬는 소방관에게 “안에 아직 불이 남아 있는 건가요? 천장은 왜 뚫렸어요? 연기는 왜 나요? 화재가 어디서 부터 발생했는지 알 수 있나요?”여러가지를 물었다.
그러자 한 소방관이 “스트로폼 같은 데 안쪽에 빠지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다. 정리 중에 있다. 연기는 …”, 이 소방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지켜보던 다른 소방관이 “아니, 그런걸 왜 설명하고 있어요. 저기 기자면 홍보실 통해 알아보세요. 현장에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실제로 홍보실에선 기자가 묻는 대답에 자세히 알려준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묻는 질문은 현장의 상태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홍보실 관계자도 현장 소방관들에게 묻고 다시 기자에게 알린다.
답을 바로 옆에 두고 빙빙 돌아가라는 말이다.
이 같은 일은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기자가 사건이나 사고 현장에 가면 자주 있는 일이다. 대전 경찰이나 소방, 구청 직원을 포함한 일선 공무원들은 기자를 만나면 “홍보실 통하세요”라고 대답하도록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에 무조건 답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그렇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질문에 무조건 “홍보실 통하세요”란 말로 기자가 즉각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선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어떠한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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