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송익준 기자 |
‘○△적폐’이런 식으로 사용되는데, 해당 분야의 관행과 부패를 청산 대상으로 만든다.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여기저기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아우성도 넘친다. 우리 사회는 물론 조직 혹은 집단, 개인의 행동이나 의식도 그 대상이다. 매일 사회 각계각층에선 나름의 이유로 적폐청산을 외치는 성명 발표와 집회가 이어진다.
정치권도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었다. 적폐청산을 위한 법과 제도, 문화적 개혁을 추진해 국민 열망에 부응하겠다는 취지다. 야당들은 정부와 민주당에 ‘적폐’ 딱지를 붙여 공격한다.
그런데 웃기는 게 하나 있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적폐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대상을 ‘적폐’로 지칭한 뒤 “청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솔직히 지금의 정치판이 적폐의 온상 아닌가? 정치적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이 난무하고, 이슈마다 지역, 이념,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
선거 때는 ‘을’ 행세를 하다 당선 이후엔 ‘갑’으로 변신하는 행태도 적폐 중 하나다.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보단 지역구 관리와 민원 해결에 매달리는 현실도 빼놓을 수 없다. 정경유착 비리와 부정부패의 망령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엉망인 공천 제도가 가장 큰 문제다. 민주적 공천은 허울이고, 위에서 내리꽂는 일방적 공천이 본모습이다.
출마 후보자들은 줄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줄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은 1차 컷오프 대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치적폐를 지적한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년 지선은 정치권 곳곳에 자리 잡은 적폐를 청산할 좋은 기회다.
유력 계파와 특정 정치인의 줄 세우기, 이권 개입과 기득권 지키기, 말뿐인 공약 등 청산 과제가 수두룩하다. 지역의 풀뿌리 정치부터 깨끗해져야 윗물이 맑아지는 법이다.
올해 초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6%가 한국 정치에 F학점을 줬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치열한 적폐청산이 시급한 시점이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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