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 결정까지 ‘비서’ 역할 불가피... 경쟁주자 간 갈등도 유발
▲ 대전시의회 전경 |
“당분간은 수행비서라 생각하고 버팁니다.”
“물갈이 얘기로 군기를 잡는데 어떡합니까?”
내년 6ㆍ13 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지방행정의 견제자인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수발’에 바쁘다.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라 공천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목과 어깨에 힘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인 반면, 지방의원은 가장 초라해지는 이른바, ‘바짝 엎드릴’ 시기가 온 것이다.
대전시의회 A 의원은 며칠 전 지역구 내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해당 기관은 현재 교육관 신축사업 지원논의가 오가는 곳으로,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다음날 오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한 산행에 이어 민간어린이집 회장단과의 면담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논의하는 간담회까지 소화했다. 이 역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참석한 행사였다.
행사 후 A 시의원은 행사에 대한 자신의 소회와 함께 국회의원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하는 글을 SNS를 통해 홍보하기도 했다. A 의원은 구청장 출마예상자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충남도의회 B 의원은 주말동안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같은 기초자치단체(市) 대표로 활동 중인 도의원 지역구였지만, 지역 국회의원이 주관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다소 어색하고 눈치도 보였지만,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명함도 건넸다. 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B 의원은 “요즘엔 국회의원 일정에 맞춰 따라다니고 있다”며 “더 바빠지긴 했지만, (국회의원이) 불러만 줘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
대전 모 의회 C 구의원은 최근 옆 동네 동료 구의원과 언쟁을 했다.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C 구의원은 국회의원의 ‘부름’을 받고 동료 구의원 지역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물론 동료의원도 동행했다.
마침, 출마하려는 시의원 지역구라 명함도 열심히 돌렸다. 그동안은 지인들을 통해 ‘조용하게’ 동료의원 지역구민을 소개받아 만나왔던데다, 국회의원 측이 호출했기에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C 구의원은 “목숨 줄을 쥔 국회의원이 부르는데, 어떻게 안갈 수 있느냐. 그런데 그걸로 시비를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커진 것뿐”이라고 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구청장과 지방의회 공천제도 없애자고 하지만, 선거 때는 공천을 받으려고 수행비서를 자처할 정도”라며 “국회의원 역시 과거 유사한 경험을 겪었음에도 바꾸기보다는 십분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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