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이 아닌, 먹거리 위협 연구ㆍ차단할 전문부서 필요
전국을 휩쓴 살충제 이용 산란계 농가 쇼크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허술한 관리와 제도, 농가의 무지 등이 합쳐지면서 자칫 정부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신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18일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에 대해 살충제 성분 검출 조사를 벌인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4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친환경 농가는 63% 규모다. 친환경 농가 중에서는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 성분 검출이 된 곳도 37개나 된다.
사실상 올해부터 살충제 성분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1차적인 책임에서 정부가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친환경 인증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친환경인증 마크를 보고 값비싼 가격에 구입한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증업무는 민간업체가 맡고 있으며 정부기관과의 유착관계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된 각종 인증 관리 역시 믿을 수 없게 됐다. 이번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계란이 해당 인증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어서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재료인 계란을 공급하면서 유해 여부에 대해 경계를 갖지 않은 농가의 무지도 이번 사태가 확대되는 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농가는 “수의사가 준 약을 썼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고의 여부를 놓고 처벌 수준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같은 해명은 농가가 책임에서 벗어나기엔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밀집 사육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관련기관이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밀집사육 상 살충제를 써서라도 산란계를 유지하려는 농가의 행동을 정부가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비자는 “밀집사육으로 인해 발생되는 바이러스나 해충 등에 대한 피해가 해마다 발생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응만 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꼭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약방문처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위험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뒤늦게 인증제를 강화하고 다양한 관리 시스템을 갖춘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먹거리 안전을 위해 위험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먹거리 위협을 사전에 파악하고 연구한 뒤 개선점을 찾아내는 전문부서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살충제 검출 계란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부적합한 계란 유통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약품 등에 대한 인증 등 제도 정비 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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